‘공격 경영으로 극동 러시아에서 알짜 통신기업 키웠다.’
18일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현대호텔 1층. KT가 1997년 인수한 러시아 이동통신업체인 NTC가 이 호텔에 마련한 고객센터 입구에는 러시아 청소년 10여명이 휴대전화를 들고 줄을 서 있었다. 한 여성 고객은 “NTC가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 줄을 서는 장면은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요즘 NTC는 신규 가입자가 너무 많아 휴대전화 번호를 제때 받지 못한 고객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한다.
NTC는 KT가 인수하기 전 가입자 1200명으로, 이동통신 사업에서 적자를 면하지 못해 도산 직전까지 갔다. 일본과 독일 등의 기업들은 당시 이 회사의 인수 제의를 외면했다. 선진국 기업들은 당시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투자 자금을 회수하거나 이 지역에 설치했던 지사를 철수했다.
하지만 KT는 과감한 투자로 NTC 인수에 나섰다. KT는 1997년 1300만달러를 투자해 NTC의 지분 56.3%를 인수한 데 이어 2001년 9월에는 9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KT는 극동 러시아에서 최하위 사업자였던 NTC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사회주의 타성에 젖어 소극적으로 일하던 NTC 직원들은 대학을 졸업한 젊은 직원들로 교체됐다. 현재 NTC 직원의 평균 연령은 30세다.
그 결과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약 2배씩 늘었다. 올해 이 회사의 예상 매출액은 7050만달러로, 7년 전의 20배에 이른다. 7년 전 극동 러시아 이동통신 시장에서 꼴찌였던 이 회사는 지난해 1위로 올랐다.
송우찬 NTC 사장은 “경쟁 사업자가 시장에서 철수할 때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투자를 해놓고 시장이 급성장하는 때를 노린 것이 회사를 키운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3∼4년 안에 러시아 통신시장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보고 초고속인터넷 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서부 러시아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블라디보스토크=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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