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高價) 아파트에 대한 세금 인상이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데다 주택 거래 시장이 세금보다 전체 경기나 단지별 호재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중개업계는 “종부세 도입 등 보유세 개편안이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 주공2단지 등 일부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서는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어 현 시세가 ‘바닥’에 접근한 것 같다는 평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세 변동 폭 작아=종부세 도입 방침에도 고가 아파트 시세는 아직 변화가 없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뱅크는 종부세 적용 대상이 확정된 11월 4일부터 18일까지 11억원 이상 아파트 값은 되레 0.03% 올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11억원 미만 아파트 값은 0.04% 하락했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리서치센터실장은 “가격 변동 폭이 작아 종부세 도입이 당장은 아파트 값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제(稅制) 개편안이 오락가락하면서 거래 침체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내년 1가구 3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인상과 관련해 정부가 당초 입장을 번복해 추가 유예를 검토하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명성공인중개사무소 홍종성 실장은 “보유세 개편에다 정책마저 혼선을 빚어 아파트 거래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 때문에 살 사람도 팔 사람도 드물다”고 밝혔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 바닥권 분석도 제기=재건축을 위한 관리처분이 마무리된 잠실 주공2단지 13평형은 이번 주 들어 4억6000만원에서 4억7500만원으로 올랐다.
잠실 주공1단지, 잠실 시영아파트 등도 관리처분을 앞두고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잠실동 행운공인중개사무소 박헌순 실장은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인식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자녀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직후 매수자가 느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단계가 초기인 개포 주공, 가락 시영아파트 등은 가격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가격이 워낙 많이 떨어진 탓에 시세가 바닥권이라는 평가도 있다.
가락 시영아파트 15평형 시세는 3억2000만원선으로 작년 말 5억원대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6%나 떨어졌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양도세 중과세나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연기가 거론되면서 정부가 시장을 더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다만 경기 침체로 집을 살 사람이 드물어 당분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非)인기지역, 중소형 약세 지속 전망=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인상은 변두리의 중소형 아파트 값만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고가 주택은 보유자가 실제 거주하는 비율이 높아 세금 탓에 집을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세금 부담을 피해 임대 중인 중소형 아파트 매각에 나서면 소형 평형과 대형 평형의 가격차만 더 벌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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