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현오석]환율 급변땐 정부가 나서야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8시 38분


환율이 달러당 1060원대까지 떨어져 7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화가 경쟁국 통화와 비교하더라도 빠르게 절상되고 있다. 작년 말에 비해 원화환율은 10.0% 하락해 일본 1.4%, 싱가포르 2.9%, 대만 3.5% 등 경쟁국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다.

환율 급락의 원인은 첫째, 미국의 쌍둥이적자 확대 우려에 따른 미 달러화의 약세이고 둘째, 경상수지 흑자 누적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공급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원화 절상은 일반적인 추세일 수 있으나 단기간의 환율 급락으로 인한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심각하다. 무역협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적정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은 1170원대이며 투입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은 1120원대로 조사됐다. 지금 상황에선 대부분의 중소수출기업이 적자수출을 하고 있거나 이에 직면해 있으며 채산성이 맞지 않아 신규 오더를 주저하고 있다.

더 걱정인 것은 ‘수출 2000억달러 달성’ 등 최근의 수출 호조에 편승해 원화 절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긴축정책, 정보기술(IT) 경기 둔화 등으로 반도체 휴대전화 등 주력 수출품목의 내년 수출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조만간 내수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화 절상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첫째,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수출 둔화를 초래할 것이다. 일본 등 선진국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환율의 부담을 수출가격에 전가할 수 있지만 우리 기업은 원천기술이 없어 수출가격 전가가 어렵기 때문에 채산성에 직접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우리 기업의 환율 하락분 수출가격 전가율은 10%에 불과하다.

둘째, 일단 수출시장을 잃어버리게 되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이 소요된다.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경제가 균형을 일단 벗어나게 되면 그 외부요인이 사라지더라도 쉽사리 원상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이력효과(hysteresis)가 수출에도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지금 우리 경제는 내수 침체로 여유자원이 충분하기 때문에 수출과 내수간에 상충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수출 둔화는 내수 회복에까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 원화 절상은 물가 하락을 통해 내수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겠으나 최근의 내수 침체는 고용 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 따른 심리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원화 절상으로 수출이 안 되면 오히려 소비와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최근 외환당국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장불안 심리가 가중되고 있다. 급격한 환율변동을 방치할 경우 우리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변동환율제도하에서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져야 하지만 불안심리 등으로 환율이 급변할 경우 시장에 맡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환율은 금리와 마찬가지로 경제의 제반 여건을 감안하여 운용해야 하는 중요한 경제정책 중 하나이며 따라서 시장의 충격을 줄이는 적절한 환율정책의 운용은 정부의 책무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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