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언오]‘평등’ 강박증서 벗어나자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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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무회의가 경제특구 내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하여 국회에는 경제특구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해서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취지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으면 계층간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중소형 병원의 도산, 의료비 앙등, 국민의 의료 불신 증폭 등도 우려된다고 강조한다.

▼‘외국병원 내국인진료’ 실보다 득▼

물론 돈 없는 사람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은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다. 마찬가지 논리로 농업, 중소기업, 지방, 교육 등이 보호되고 지원받고 있다. 여기에는 이들이 사회적 약자이므로 보호 지원해야 한다는 평등 의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교육문제가 계속 엉키는 것도 경쟁체제로 상황이 바뀌었는데 계속 평준화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평등에 집착하지 말고 경쟁을 수용해야 많은 현안이 해결되고 세상이 더 좋아진다.

의료서비스에서 경쟁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소비자 선택의 자유이다. 건강과 생명을 위해 누구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치료 목적으로 외국에 나가고 있다. 이들이 국내 외국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외화 유출이 감소하고 고용이 창출된다.

둘째, 국내 의료산업의 발전이다. 의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커트라인이 가장 높은데 의료산업은 비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약하다. 외국병원들이 고소득층 시장을 잠식하면 좀 어떤가. 국내 병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병원의 영리 추구를 백안시하는 식의 왜곡된 시각도 수정될 것이다.

셋째, 의료산업의 국제화를 촉진한다. 바야흐로 글로벌 경쟁이 시작되었는데 우리만 눈을 감고 있다. 싱가포르는 몇 년 전부터 국가 차원에서 의료 허브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는 국제의학, 생명과학, 제약산업 등 3개 의료특구를 조성하는 중이다. 2010년 상하이 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유명 외국병원을 유치하고 기존 병원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의료특구로 개발한다고 한다. 외국병원은 국내 의료산업의 국제화를 촉구하는 자극제다. 한 예로 인천공항 옆에 세계적 병원을 세울 경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에 대한 의료서비스 확대다. 국내 기업의 외국인 고문들이 한국을 떠나는 중요한 이유는 부인들이 살기에 불편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살기에도 불편한데 외국인 주부가 살려면 정말 애로가 많을 것이다. 외국병원이 있어야 외국인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한다고 해서 경제특구가 금방 활성화되지 않는다. 외국 기업 입장에서 내국인 진료 건은 당연히 허용되어야 하는 어찌 보면 사소한 문제다. 외국 기업들이 원하고 정부 또한 의지가 있어도 이해 집단들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는 사안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한국은 고임금, 노사 갈등, 정부 규제 등이 여전해 투자대상으로서 별 매력이 없는 나라다.

▼교육등 현안도 경쟁허용이 해법▼

국회에서 법 개정이 무산될 수 있고, 외국 기업 유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을 통해 정부가 외국 기업 유치에 관심과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평등은 목표이지 수단이 아니다. 평등은 선택의 자유, 공정한 경쟁이라는 수단을 통해 달성돼야 하는 목표다. 과도한 평등 의식이 국가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곤란하다.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이 서비스 부문에 경쟁을 도입하는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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