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의사를 관철한 데에는 신 행장과 미국 수출입은행 제프리 밀러 부총재의 끈끈한 인연이 큰 힘이 됐다.
신 행장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미국 워싱턴 주재 재경관으로 일하며 밀러 부총재와 30억 달러 차관 도입 협상을 벌였다.
밀러 부총재는 김치를 유난히 좋아했다. 신 행장은 그와 한식당에서 자주 만나 식사하며 교분을 쌓았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전화를 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화물기 건에 대해 밀러 부총재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간곡하게 설득했습니다. 이제는 친구지간이 된 밀러는 성심껏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였어요.”
신 행장은 “국제 금융은 사람장사”라고 잘라 말한다. 그래서 수출입은행장이 된 뒤 세계 각국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무역금융 인맥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취임한 이후 재임 기간의 16%에 해당하는 71일을 해외에서 일했다. 그동안 방문한 나라는 19개국, 32개 주요 기관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양쯔린(羊子林) 중국 수출입은행장과는 형과 아우로 부르는 사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관계’를 중요시하는 중국 금융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올해 4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에서 처음 만났다.
공식 협상을 마친 뒤 술잔을 기울이며 한국과 중국의 경제와 금융 협력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마음이 통했고 나이가 많은 양쯔린 행장이 형이 되기로 한 것.
올해 9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할 때에는 타타르스탄자치공화국의 민니하노프 수상과도 인연을 맺었다.
민니하노프 수상은 신 행장이 현지의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사업 현장을 방문할 때 자신의 전용기를 제공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했다. 호의에 대한 답례로 신 행장은 올해 11월 민니하노프 수상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찬을 베풀며 우정을 나눴다.
신 행장은 “나와 민니하노프 수상의 좋은 관계가 현지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12∼22일에는 노 대통령을 수행해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칠레 등지의 주요 은행장들을 두루 만나고 돌아왔다.
신 행장은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는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도우러 왔다’는 내용이 신문에 대서특필 되는 등 국력 신장을 절감했다”며 “국제 무역금융 네트워크를 더 갈고 닦아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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