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영국에선 지방재정 규모가 투표권을 갖는 성인들에 의해 결정됐다. 그런데 재원인 재산세는 집주인에게만 부과됐다. 그러다 보니 얹혀사는 성인자녀들과 집 없는 사람들이 재산세 인상을 불러오는 재정지출 증가에 쉽게 찬성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핵심재원인 재산세를 폐지하고 이를 인두세(poll tax)로 대체하기로 했다. 지방정부서비스는 모든 사람이 골고루 받으니 머릿수대로 세금을 내라는 것.
그러나 우파적 시장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나온 인두세 부과는 세금납부 거부, 막대한 세금징수 비용 등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왔다. 런던에서는 수많은 건물과 자동차가 파손되는 등 조세저항을 넘어 반정부투쟁이 벌어졌다.
대처 정권은 인두세 도입에 따른 수혜층 규모를 전체 유권자의 60% 정도로 과잉 추정했다고 한다. 잘못된 추정의 결과는 대처 총리의 실각이었다. 후임자인 존 메이저 총리는 1991년 인두세를 폐지했다.
2005년부터 한국의 노무현 정권은 부동산보유세제 개편안을 시행한다. 개편안은 실제 집값에 따라 세금을 걷고 집 부자에 대해선 징벌적 성격의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내용이다. 부자와 중산층에게서 담세능력에 따라 세금을 왕창 걷기로 한 것.
좌파적 분배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둔 정책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보유세제 개편으로 전국에서 재산세가 인상되는 주택은 전체의 30% 정도이고, 나머지 70%는 내린다. 종부세 부과대상자는 몇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찬성여론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울시 시뮬레이션(모의분석)에 따르면 서울시 주택보유자 60%는 2006년까지 재산세가 두 배로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6명이 극소수 부유층과 함께 세금벼락을 맞는다는 얘기다. 서울집값이 지방보다 비싼 점을 감안해도 전국적으로 세제개편의 수혜자는 정부 예상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내년에는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진단다. 각종 공공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세금부담의 체감지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음식점 주인에 이어 회사원과 가정주부들이 솥단지 시위에 가세할 판이다.
영국과 한국의 세제개혁이 정반대의 이데올로기에서 출발했지만 ‘조세저항에서 반정부투쟁으로…’라는 결말은 비슷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영국 요크대 피터 스미스 교수는 “대처 총리의 세제개혁 실패는 조급증과 개혁 열병이 신중함보다 앞선 탓”이라고 지적했다.
우파적이든 좌파적이든 섣부른 개혁은 파국을 불러온다는 말이다.
임규진 경제부 차장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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