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불리는 통신업계에서 △기업 인수전 참여 △회사 경영진 교체 △첨단 기술 이전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국내 3위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인 두루넷 인수를 놓고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이 양자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외국 자본끼리의 경쟁이라는 것이 통신업계의 분석이다.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인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은 미국계 펀드다. 또 데이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메릴린치도 미국 자본이다.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은 하나로텔레콤의 경영권을 쥐고 있으며 메릴린치는 데이콤의 ‘돈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은 두루넷 공개 매각에서 외국 자본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과거 ‘기간통신 기업’에 대한 외국인 참여는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크게 제한됐다. 하지만 1999년 7월 KT의 민영화와 일부 규제가 풀린 뒤부터 갈수록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해 11월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에 인수된 이후 올해까지 50여 명의 임원이 바뀌었다. 통신 관련 법 전문가 사이에서는 하나로텔레콤이 실질적으로 ‘외국 회사’로 변신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나로텔레콤의 최대 주주가 외국인인 데다 그 지분도 법률적 한도인 15%를 넘었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업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KT도 외국인의 활동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KT는 민영화를 계기로 외국인 지분 제한을 33%에서 49%로 높였다. KT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KT의 지분 48.86%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재무관리실 관계자는 “외국인의 지분이 변동될 때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최대 주주가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이지만 외국 자본인 소버린과 SK㈜의 경영권 분쟁으로 앞으로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행 법률이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국내 기업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올해 8월 국내 기업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당국의 승인 없이 해외에 매각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무혐의 처리됐다. 외국계 회사가 국내 법인을 통해 기술을 이전받을 경우 현행 대외무역법과 기술개발촉진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KTF 관계자는 “현행 법률이 외국인의 기간산업 장악과 핵심 기술 유출 등에서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업체의 지분 현황 | |||
구분 | 외국인 지분 | 최다 지분 보유자 | 의결권 인정되는 최대 주주 |
KT | 48.86% |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7.8%) | 국민연금관리공단(2.99%) |
SK텔레콤 | 48.80% | 씨티뱅크ADR(27.36%) | ㈜SK(21.47%) |
하나로텔레콤 | 49.00% | AIG-뉴브리지 컨소시엄(39.56%) | AIF II NT(8.32%) |
데이콤 | 2.99% | ㈜LG(39.8%) | ㈜LG(39.8%) |
자료:금융감독원 공시 자료 등 |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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