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비효율적 SOC투자 재정부담”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8시 03분


올해 10월 3분기(7∼9월) 전망보고서를 내지 않을 정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전망보고서를 내고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KDI는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기활성화를 위한 종합투자계획’과 외환정책 등 주요 거시경제정책에 대해 비록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정부와는 분명히 다른 입장을 밝혔다.

KDI는 또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도 재정정책 등이 제대로 작동하면 5%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는 정부와 달리 ‘4% 내외’로 못 박았다.

▽국책연구기관의 ‘고언’=국책연구기관의 ‘대표선수’격인 KDI는 올해 10월에는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대며 3분기 경제전망보고서를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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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 KDI는 종합투자계획에 대해 “재원조달 측면에서만 평가할 경우 민자유치는 국채발행으로 대체될 수 있는 방식이며, 실질적인 재정지출이 당장 통합 재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민간자본을 활용하면 재정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정부의 ‘홍보 논리’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KDI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쓰면서 ‘경기조절’에만 집착할 경우 효율성이 낮은 투자가 많이 이뤄질 수 있다며 ‘신사업’보다는 ‘검증된 사업’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이는 SOC 투자를 노인센터, 보육시설, 공공보건의료시설, 기숙사, 공공청사 등으로까지 확대하려는 정부의 방침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로 정부가 SOC투자 범위를 확대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비효율적인 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경우 결국은 국민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성장잠재력 확충이 더 중요하다”=현재 한국 경제는 개인과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저축만 늘리고 있으며 기업은 구조조정 지연으로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어 성장잠재력의 약화가 우려된다는 것이 KDI의 지적.

KDI에 따르면 현재 잠재성장률은 4.5% 수준으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5%대보다 낮다.

KDI는 이에 따라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진입 및 퇴출 원활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교육 분야도 경쟁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순천향대 김용하(金龍夏·경제학) 교수는 “현재 경제 상황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지금의 심각함을 경기적인 문제로 보고 약간의 경기부양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정부의 안이한 자세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전망 ‘암울’=KDI는 내년 투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체감경기와 관련이 높은 민간소비는 올해 0.8%(전년 대비) 감소한 뒤 내년에는 완만하게 회복되지만 여전히 경제성장률 전망치(4%)를 밑도는 2% 중반의 증가율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 증가율 역시 올해 21%에서 내년에는 8%대로 급락할 전망이다. 이는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하락하고 원화가치가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실업률도 3.5%에서 내년에는 3.6%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은 내수의 점진적인 회복세와 원화가치 상승, 종합투자계획 시행 등에 따라 각각 8%, 2%대 후반 등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윤호(李允鎬) LG경제연구원장은 “내수침체 장기화가 내년 성장률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는 경제주체의 자신감 부족, 일관성이 결여된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 등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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