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KDI는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기활성화를 위한 종합투자계획’과 외환정책 등 주요 거시경제정책에 대해 비록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정부와는 분명히 다른 입장을 밝혔다.
KDI는 또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도 재정정책 등이 제대로 작동하면 5%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는 정부와 달리 ‘4% 내외’로 못 박았다.
▽국책연구기관의 ‘고언’=국책연구기관의 ‘대표선수’격인 KDI는 올해 10월에는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대며 3분기 경제전망보고서를 생략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 KDI는 종합투자계획에 대해 “재원조달 측면에서만 평가할 경우 민자유치는 국채발행으로 대체될 수 있는 방식이며, 실질적인 재정지출이 당장 통합 재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민간자본을 활용하면 재정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정부의 ‘홍보 논리’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KDI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쓰면서 ‘경기조절’에만 집착할 경우 효율성이 낮은 투자가 많이 이뤄질 수 있다며 ‘신사업’보다는 ‘검증된 사업’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이는 SOC 투자를 노인센터, 보육시설, 공공보건의료시설, 기숙사, 공공청사 등으로까지 확대하려는 정부의 방침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로 정부가 SOC투자 범위를 확대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비효율적인 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경우 결국은 국민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성장잠재력 확충이 더 중요하다”=현재 한국 경제는 개인과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저축만 늘리고 있으며 기업은 구조조정 지연으로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어 성장잠재력의 약화가 우려된다는 것이 KDI의 지적.
KDI에 따르면 현재 잠재성장률은 4.5% 수준으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5%대보다 낮다.
KDI는 이에 따라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진입 및 퇴출 원활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교육 분야도 경쟁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순천향대 김용하(金龍夏·경제학) 교수는 “현재 경제 상황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지금의 심각함을 경기적인 문제로 보고 약간의 경기부양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정부의 안이한 자세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전망 ‘암울’=KDI는 내년 투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체감경기와 관련이 높은 민간소비는 올해 0.8%(전년 대비) 감소한 뒤 내년에는 완만하게 회복되지만 여전히 경제성장률 전망치(4%)를 밑도는 2% 중반의 증가율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 증가율 역시 올해 21%에서 내년에는 8%대로 급락할 전망이다. 이는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하락하고 원화가치가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실업률도 3.5%에서 내년에는 3.6%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은 내수의 점진적인 회복세와 원화가치 상승, 종합투자계획 시행 등에 따라 각각 8%, 2%대 후반 등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윤호(李允鎬) LG경제연구원장은 “내수침체 장기화가 내년 성장률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는 경제주체의 자신감 부족, 일관성이 결여된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 등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