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조들의 실용적 변신 주목된다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7시 56분


민주노총에 가입된 노조가 활동하는 KT와 LG석유화학이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신노사문화대상을 받았다. 이는 노동계의 실용주의 확산을 보여 주는 것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1999년 현대전자와 LG반도체 합병 과정에서 심한 노사갈등을 빚었던 하이닉스반도체 청주사업장의 변신과 수상도 주목할 만하다.

KT 노조는 1995년 조합원 3만 명이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파업결의집회를 열어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서 ‘국가전복세력’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대표적인 강성 노조였다. 그러나 2001년부터 온건 노선으로 돌아섰으며, 작년에는 노조가 먼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제안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LG석유화학은 공장 설립 이후 14년간 한번도 노사분규를 겪지 않은 모범 사례다. 하이닉스반도체 노조는 경영난을 이겨 내기 위해 5년 연속 자발적으로 임금동결을 선언하는 등 구조조정에 적극 협력했다. 이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올해 2조5000억 원가량의 경상이익을 기대할 정도로 경영 개선을 이루는 데 큰 힘이 됐다.

민주노총 등 한국의 노동운동을 조직적으로 이끄는 상급단체는 노사현장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변화 움직임을 깊이 새겨야 한다. 노사관계가 안정되지 않으면, 투자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며 종업원 복지도 악화된다는 사실은 온 국민이 경험할 만큼 했다. 이를 부인하는 한 노동운동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노동운동 지도부가 실용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KT와 LG석유화학 같은 노사모델을 확산시켜야 한다. 정치편향적인 ‘투쟁을 위한 투쟁’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늘리고 노사의 몫을 함께 키우는 쪽으로 거듭나야 비로소 노동운동이 시대와 호흡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