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 2만t 소비자 판매]美-中-日 쌀 한국밥상 오른다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8시 15분


全農 토론회장 점거17일 오후 경기 의왕시에 있는 농업기반공사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쌀 협상 토론회’가 쌀 재협상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시위로 무산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토론회 단상을 점거한 채 “토론회라는 형식을 빌려 농민의 의견은 배제한 채 협상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려는 ‘명분 쌓기용 행사’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의왕=박주일 기자
全農 토론회장 점거
17일 오후 경기 의왕시에 있는 농업기반공사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쌀 협상 토론회’가 쌀 재협상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시위로 무산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토론회 단상을 점거한 채 “토론회라는 형식을 빌려 농민의 의견은 배제한 채 협상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려는 ‘명분 쌓기용 행사’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의왕=박주일 기자
5월 초부터 시작된 쌀 협상 잠정결과가 협상 종료시한(이달 말)을 보름 앞두고 일반에 공개됐다.

이 결과는 최종안은 아니지만 협상단이 공개한 △10년 추가 연장 △의무수입물량 2배 증량 △수입 쌀의 10∼30% 소비자 판매 등은 크게 바뀌지 않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의견 수렴을 거친 뒤 대외경제장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28일경 정부의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쌀 시장 추가개방에 대해 농민 반발이 점점 심해지는 데다 인도 등 일부 협상 대상국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정부가 내놓은 협상 결과대로 관세화 유예를 하면 외국으로부터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올해 20만5000t에서 매년 2만여 t씩 늘어난다. 이 가운데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물량은 내년 2만2575t에서 2014년에는 12만3137t으로 연평균 1만 t씩 증가하게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관세화 유예를 하면 수입량이 늘어 쌀 재배면적이 100만1000ha에서 2014년에는 76만5000ha로 줄고 80kg짜리 쌀 한 가마의 가격은 15만9000원에서 12만7000원으로 떨어진다.

반면 고율의 관세(2005년에는 380∼430% 예상)를 물리는 방식으로 시장을 개방하면 재배면적과 쌀 가격은 각각 69만6000∼78만8000ha, 10만6000∼13만8000원으로 하락한다.

관세화 때 재배면적과 가격 변동 폭이 큰 것은 앞으로 진행될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한국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이 유리할까=정부의 이번 협상 결과를 의무수입물량 증량 수준만 놓고 보면 일단 한국에 불리하다.

농경연의 분석 결과 관세화를 통해 시장을 개방하면 2014년 예상 수입량은 7.1∼7.5% 이하가 될 확률이 95%이다. 반면 관세화 유예를 하면 8%까지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그만큼 국민의 추가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머지 5%의 확률도 외면하기는 힘들다. 국제가격과 환율에 따라 쌀 수입이 급증해 국내 쌀 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상존하고 있다.

서진교(徐溱敎) 농경연 연구위원은 “일단 관세화를 유예한 뒤 DDA 협상 결과를 본 다음에 관세화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관세화에 따른 예상 밖의 수입급증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DDA 협상 발효 시점을 2007년으로 가정하고 이때 관세화로 전환하면 수입량은 5.2∼8.0% 수준이며 쌀 가격은 12만7000∼13만4000원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의 방침과 남은 쟁점=정부도 ‘관세화 유예’와 ‘관세화’ 중에서 쉽게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국익에 유리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그러나 그동안 정부 발표에 비춰볼 때 정부는 관세화 유예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관세화를 전격 선언해 시장을 개방하면 농민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수입 쌀의 제3국 수출 허용 문제는 종전처럼 이행계획서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해 수출 및 대북 지원 가능성을 남겨놓았으나 최종 허용 여부는 WTO의 결정에 따라 유동적이다.

협상 대상국과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변수다.

허상만(許祥萬) 농림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16일(현지 시간) 앤 베너먼 미 농무장관과 의무수입물량을 7%대로 끌어내리기 위한 회담을 가졌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다.

또 그동안 협상에서 안정적인 수입쿼터를 배분받은 미국과 중국 태국 호주 등 4개국 외에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도 쿼터를 요청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송유철(宋有哲) 연구조정실장은 “지난 10년간의 관세화 유예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에 관세화 유예를 결정하더라도 농업구조조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대책이 없으면 농업경쟁력이 떨어져 10년 뒤 시장 개방 때 농민들은 견디기 힘들 것”이라면서 “정부는 관세화 유예뿐 아니라 관세화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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