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은행 예금 사상 첫 마이너스

  • 입력 2004년 12월 19일 17시 46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올해 은행의 예금 수신고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은행을 이탈한 자금은 주로 채권상품에 몰렸지만 일부는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은행과 자산운용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월 13일까지 은행에서 빠져나간 돈은 예금 8조3000억 원, 금전신탁 9조8000억 원 등이다.

은행들이 특판예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취급했던 9월을 빼고는 7월 이후 매달 1조 원 이상씩 예금이 감소하고 있다.

은행 예금이 연간 단위로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은행 예금은 2002년 51조6000억 원, 지난해 30조7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 예금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경기부진 속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내리면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초(超)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은행 고객들은 투신사의 실적배당상품인 채권형 수익증권과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 운용처를 바꾸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는 올해 들어 23조3000억 원, 채권형 수익증권은 20조7000억 원 증가했다.

투신사 전체 수탁고는 17일 현재 약 184조 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50조 원가량 증가했다.

미국과 한국의 장기금리가 역전되고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 등 정책 불확실성이 나타나면서 개인들의 해외 투자도 늘고 있다. 올해 들어 해외 주식에 2조6000억 원, 해외 채권에 4조8000억 원의 국내 자금이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다.

외화예금도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5조5000억 원 증가했다.

한은은 “은행 예금이 줄어들면 생산현장에 대한 장기자금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금리가 올라 투신사에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금융시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