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시위로 서울 시내 곳곳의 도로가 마비되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경찰은 시위에 가담한 농민 347명을 연행했다.
이날 오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 2000여 명은 차량 1500여 대를 몰고 고속도로 등을 통해 서울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의 제지로 농민 600여 명과 차량 300여 대만이 서울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농민 50여 명은 오전 11시경 차량 19대를 이용해 천호대교 남단 부근에서 6개 차로 중 4개 차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또 100여 명이 차량 50대로 잠실대교 시내 방향과 성수대교 양 방향을 기습 점거했다.
일부 농민은 차량 10여 대로 마포대교에서 아현동 방향 공덕오거리까지 도로를 막은 채 1시간여 동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는 낮 12시경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면 양재나들목 부근에 차량 20대를 세우고 집회를 가졌다.
서강대 주변과 성산대교에서도 농민들은 차량 50∼100대를 이용해 집회를 열어 이 일대 교통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이날 오후 3시경에는 전농 회원 4명이 서대문구 독립문 위에 올라가 ‘쌀 협상 무효’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고공 시위’를 벌이다 한 시간 만에 모두 경찰에 연행됐다.
농민들은 용산역 광장 등 4곳에서 사전집회를 열고 여의도 문화마당에 집결해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들은 “농업을 파탄의 길로 몰아넣는 정부의 쌀 협상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는 협상의 연내 타결에 조급해 하지 말고 국익을 위해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농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농민 대표 간 간담회를 요구한다”며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시군 농민회 회원 100여 명이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시내 곳곳에서 농민들을 연행하고 시너와 쇠파이프 등 불법 시위용품 400여 점을 압수했다.
경찰은 또 이날 모두 73개 검문소를 운영하며 교통 통제에 나서는 한편 새벽부터 남해고속도로를 비롯한 전국 주요 고속도로 나들목에 경찰을 배치해 농민집회 참가 차량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았다.
이에 따라 각 지역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하지 못한 농민들은 현지에서 산발적인 집회를 개최한 뒤 오후 늦게 자진 해산했다.
경찰은 연행된 농민들의 차량을 견인하고 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행위 금지 조항,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상 해산명령 위반 조항 등을 적용해 시위 농민들을 사법 처리키로 했다. 또 이들의 교통법규 위반 혐의가 드러날 경우 면허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검토 중이다.
전농 서울시내 차량집회 현황 | |||
장소 | 점거 시간 | 집회 상황 | 연행자 수(총 347명) |
공덕로터리 | 오전 11시 10분경 | 전남지역 농민 150여 명이 차량 70여 대로 시내 방향 3개 차로 점거 | 45명 |
천호대교 | 오전 11시 10분경 | 전남지역 농민 50여 명이 2개 차로 점거 | 10명 |
잠실대교 | 오전 11시 20분경 | 충남지역 농민 70여 명이 차량 50여 대로 시내 방향 4개 차로 점거 | 35명 |
성수대교 | 오전 11시 30분경 | 강원지역 농민 60여 명이 차량 30여 대로 6개 차로 점거 | 26명 |
한남대교 | 오전 11시 50분경 | 경남지역 농민 40여 명이 차량 19대로 시내 방향 1개 차로 점거 | 117명 |
마포대교 | 낮 12시 30분경 | 전남지역 농민 30여 명이 차량 13대로 차로 일부 점거 | 7명 |
성산대교 | 오후 2시 20분경 | 경기지역 농민 60여 명이 차량 60여 대로 일시 점거 | 84명 |
반포나들목 | 낮 12시경 | 12명 | |
독립문 | 오후 2시경 | 4명 | |
세종로 | 오후 3시 40분경 | 7명 |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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