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朴容晟·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태평로클럽에서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공정거래법, 성매매특별법 등 지키지도 못할 법을 만들면 어떻게 하느냐”며 “정부여당이 ‘나는 깨끗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오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겨냥해 “정부와 여당은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없다고 하는데 사냥꾼은 호랑이가 달리다 지칠 때 사냥을 한다”며 “한번이라도 해외 M&A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얘기를 들었으면 그런 소리를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집단소송법과 관련해서도 “이는 영미법으로 대륙법 체계인 우리 현실과 맞지 않다”며 “재계가 (원안대로는) 안 된다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는데 이를 실시해서 혼이 나봐야 알까”라고 한탄했다.
그는 또 “기업도시법은 특혜 시비로 이것저것 (재계의 요구사항을) 빼내 현재는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 법이 됐다”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니 소금만 찍어먹고 가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해서도 “싱가포르에서는 길거리 미화를 위해 껌도 못 씹게 하지만 그런 법은 없다”며 “국가가 섹스를 관리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기업은 투자할 곳이 있다면 사채(私債)를 끌어와서라도 한다”면서도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인 교육 의료 관광 레저 등이 각종 규제에 묶여 있어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의 경제관에 대해서는 “해외순방 뒤 노 대통령의 기업에 대한 생각이 확실히 바뀐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와 함께 “대통령의 성적표는 경제숫자로 나타나는 만큼 (경제우선 정책을) 기대하고 그렇게 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경제주체가 패배의식에 젖어 절망적 상태로 새해를 맞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며 최근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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