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04 부동산]<中>토지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8시 11분


《올해 토지시장은 어느 해보다 ‘투기’ ‘개발’ ‘기획’이란 단어가 많이 회자됐다. 전반적으로는 정부의 수도권 억제 및 지방 개발정책 방향에 따라 토지시장이 크게 요동친 한 해였다. ‘수도 이전’이라는 호재로 충청권 땅에 ‘묻지마 투자’ 바람이 불었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발전계획과 중앙정부의 정책이 맞물리며 기업도시, 혁신도시, 초대형 골프장 건설 같은 말들이 유행했다.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아파트에서 돌아선 투자자들이 땅 투자에 나섰고 소액 투자자들은 ‘기획부동산’의 유혹에 말려들어 손해를 보기도 했다. 전국적인 지가상승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3%대였지만 개발 호재의 유무에 따라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수도 이전 위헌 판결’ 이후에는 충청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이 전반적인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도 이전 때문에 희비 겪은 충청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충청권 땅 투자 투기 열풍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수도 이전 후보지인 충남 공주시 연기군 등은 평당 2만∼3만 원하던 국도변 농지가 10만∼20만 원으로 치솟았고 주변지역인 충남 서산시, 홍성 청양군 등도 2배 이상 땅값이 뛴 곳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토지공사가 발표한 토지시장 지가상승률(1∼9월)에 따르면 충남(11.4%)의 상승률은 같은 기간 전국 평균(3.26%)의 3배를 넘는다. 공주시(9.4%), 연기군(26.9%) 등이 상반기 ‘행정수도이전지 확정 발표’로 크게 올랐다. 아산 천안시(17%)는 수도권 전철화, 아산신도시, 탕정 기업도시 조성 등의 개발 호재와 시너지 효과를 누리며 급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10월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 이후 충남지역 토지 가격은 지속적인 하향 곡선을 그리는 등 전형적인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개발 재료로 전국이 들썩

기업도시 건설, 공기업 이전, 복합레저단지 개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확대 재생산’된 개발 호재들은 그동안 지가상승률이 비교적 낮았던 강원 호남지역 땅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다.

강원 원주시는 기업도시 후보지로 꼽히며 문막읍과 남원주 나들목 주변을 중심으로 연초 대비 땅값이 최고 3∼4배 뛴 곳도 있다. 원주시청에 따르면 투기열풍이 잦아들기 시작한 10월에도 토지거래 건수가 2970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달(1300건)보다 2배 이상이었다.

전북 군산시는 새만금 일대 ‘대형 골프장 건설’을 비롯해 선유 무녀도 등 인근 섬이 국제해양관광단지로 개발될 계획이 전해지며 땅값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또 기업도시와 대규모 관광레저타운 조성 개발계획을 추진 중인 전남 해남 영암군 일대도 뜨거웠다. 조망권이 좋아 수도권 투자자들이 주로 관심을 둔 바닷가 별장지역의 경우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올라 평당 200만 원을 호가하는 지역도 생겼다.

수도권은 ‘신도시 후보지’를 중심으로 달아올랐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예정지가 대부분 포함돼 있는 성남시 분당구는 올해 들어 9월까지 땅값이 7.37%나 올랐다.

○소액투자자 노린 기획부동산 기승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어 ‘좋은 투자정보가 있다’며 땅을 판매하는 이른바 ‘기획부동산’이 올해 기승을 부렸다.

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대중으로 확산되자 소액투자자들을 노린 부동산업자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 땅 투자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은 올해 상반기 ‘땅 투자’ 관련 책이 많이 출판된 것으로도 입증된다.

기획부동산 업자들은 평당 2만∼3만 원하는 대형 임야 등을 구입한 뒤 개발재료를 과대포장해 평당 30만 원씩에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강원 횡성군에 TV드라마 ‘토지’ 촬영장이 생긴다는 것을 이용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현지 임야 시세는 평당 2만∼5만 원이 고작인데 평당 28만 원에 판매한 것. 이들은 소액투자자들이 쉽게 땅을 사도록 필지를 100평 단위로 나눠 ‘2800만 원이면 당신도 개발지 땅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유혹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기획부동산의 꾐에 빠져 연초에 강원 고성군 현내면 민통선 안 임야를 샀던 A 씨는 1년 내내 속을 태우며 지냈다. 시세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땅을 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이후에는 헐값에도 사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토지시장 안정세

하반기부터는 경기 침체와 수도 이전 위헌 결정 등의 영향으로 거래가 주춤하고 있다. 전반적인 안정세 속에서 개발 재료가 있는 지역의 땅값만 폭등한 한 해였다.

올해 토지시장 지가상승률은 연말까지를 포함하더라도 3∼4%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3.43%)과 비슷한 수준으로 땅값이 올랐지만 지역별로는 편차가 컸다. 지가변동률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상승률은 이보다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상반기의 활황으로 올해 9월까지 토지거래량(면적 기준)은 25억2421만 m²로 작년 같은 기간 20억181만4000m²에 비해 26.1% 증가했다.

용도지역별로는 각종 개발계획 시행과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에 따라 개발 가능한 녹지 및 관리지역(옛 준농림지역)이 9월까지 5%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또 도시민 농지소유제한 철폐 등 농지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논밭도 4% 가까이 올랐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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