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5개가 수천 개로 불어난 기적은 20세기 후반 한반도 남녘에서 실제로 나타났다.
1970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은 1인당 빵 생산량을 연간 5개에서 250개로 늘렸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54달러에서 1만2646달러로 증가한 것. 비록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지만 30여 년을 놓고 보면 한국은 분명 기적을 일궈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채택한 북한의 1인당 GDP가 2003년 818달러에 그친 사실과 비교해보면 된다. 한국이 1인당 빵 250개를 생산할 때 북한은 16개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그 결과 한국 사람은 빵 16개를 배불리 먹고도 나머지 234개를 돈으로 바꿔서 좋은 집과 옷, 가전제품 등을 살 수 있었다. 반면 북한 사람은 빵 16개의 상당부분을 핵개발 등 체제 유지에 쓴 뒤 빵 1개를 먹기도 어려웠다.
통계청의 ‘2003년 소득분배’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하위계층 20%는 전체 소득의 7.4%를 차지했다. 2003년에 하위계층 1인당 빵 92.5개가 돌아간 것. 북한에선 100% 평등한 분배를 해도 1인당 빵 16개다.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압도한 것은 이 같은 생산성 격차에 있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1927년 ‘Liberalismus(자유주의)’란 저서에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반한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가 성장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이 생산하는 만큼 임금이 결정되므로 노동자는 누구나 전력을 다해 일해야 한다. 기업가는 살아남으려면 그의 경쟁자보다 더 싸고 좋은 물건을 생산해야 한다.”
물론 자본주의를 한다고 모든 나라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며 정부와 기업, 가계가 제 몫을 충분히 하느냐 여부가 경제성장을 좌우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 주요 국가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절망할 필요는 없다. 정부 기업 가계가 제 몫을 해내면 한국은 과거처럼 앞으로도 기적을 재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의장인 그레고리 맨큐가 제시한 성장의 필요조건 중 하나는 특별히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부는 재산권과 정치적 안정을 보장하여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을 도와야 한다.”
임규진 경제부 차장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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