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가장 강력히 반발하는 부분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대기업들에 대해 굳이 소유 및 지배 구조 개편을 거론하며 압박할 필요가 없다는 것.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李京相) 기업정책팀장은 “공정위의 지분구조 공개는 총수가 경영을 잘하느냐, 못 하느냐가 아니라 지분이 충분한지 그렇지 않은지에만 맞춰져 있다”며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포드자동차도 창업주 일가가 7%의 지분으로 40%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총수 지분이 낮으면 무조건 소유 및 지배 구조가 왜곡돼 있다는 발상 자체가 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만 도움이 될 뿐 지금과 같은 대기업의 소유 및 지배 구조를 바꾸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정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보고서가 각 기업의 취약한 지분구조를 외부에 알려주는 꼴이 돼 결과적으로 M&A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총수와 그 친인척의 보유 지분을 정부가 공개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법적인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개인의 재산 내용을 정부가 외부에 공개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저촉될뿐더러 공정위가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공표하는 것 또한 공정거래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것.
전국경제인연합회 양금승(梁金承) 기업정책팀장은 “한국 기업들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되레 경영권을 무장해제하고 있다”며 “정부의 이번 조치는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사생활과 기업의 영업 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여론몰이식 재판을 통해 대기업의 소유 및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