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분구조 공개]핵심 계열사 ‘A→B→C→A’式 순환출자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8시 09분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한 논란 속에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국내 51개 주요 그룹의 총수와 친인척 등 총수 일가의 지분 구조를 공개했다.

공정위는 그룹별 지분 구조를 발표하면서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을 가지고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친인척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사생활 침해’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계는 전형적인 ‘재벌 때리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지분 족보’ 첫 공개=공정위가 이날 발표한 그룹별 출자구조 매트릭스는 총수, 친인척, 계열사 등의 지분을 알기 쉽게 표시해 해당 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지분 족보’라고 할 수 있다.

공정위는 매년 4월 총수, 친인척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계열사 지분을 모두 합한 ‘내부 지분’을 발표해 왔다. 하지만 복잡한 지배구조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출자구조 매트릭스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순위가 높은 그룹일수록 총수 일가의 지분이 적었다.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5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36개 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 비중은 전체의 4.61%였다.

자산 5조 원 이상의 18개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13개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지분은 전체의 3.41%로 더 낮았다.

총수의 지분을 그룹별로 보면 두산(0.32%) 롯데(0.39%) 삼성(0.44%) 등의 순으로 낮았다. 총수 지분이 높은 그룹은 하이트맥주(17.92%) 부영(13.66%) 한국타이어(11.27%) 순이었다.

총수가 있는 36개 기업집단의 계열사 781개 가운데 총수 일가의 지분이 전혀 없는 회사가 전체의 60.05%로, 계열사 10곳 중 6개 이상은 총수 일가가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친인척 지분 분포를 보면 대체로 배우자, 혈족 1촌(부모, 자녀)의 비중이 높고 촌수가 멀어질수록 지분 보유 비중이 낮았다.

삼성 롯데 두산 신세계 등은 배우자 및 혈족 1촌의 지분이 총수보다 많아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A→B→C→A’식 순환출자=총수가 있는 자산 5조 원 이상 13개 기업집단 가운데 규모가 작은 신세계, LG전선 등을 제외한 11개 그룹집단은 모두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순환출자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이 삼성물산의 지분 4.81%를, 삼성물산이 다시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1.48%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차가 기아차의 지분 37.33%를 보유하고, 기아차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18.30%를, 현대모비스는 다시 현대차의 지분 14.53%를 갖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 과정에서 논란이 된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출자도 많았다.

삼성 SK 한진 한화 동부그룹 등 18개 기업집단에 소속된 67개 금융보험사가 109개 계열사에 총 2조3600억 원 규모의 출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출자구조 공개, 실효성 논란=공정위는 이번 출자구조 공개로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정위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알려 시장참여자의 올바른 판단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시장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출자구조 공개가 별다른 실효성 없이 소모적 논쟁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 우량기업 인수합병(M&A)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 시점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0대 그룹별 지분 현황(단위:%)
그룹총수 일가계열사기타 총수 관련 개인 및 법인총계
총수배우자 및 혈족1촌혈족2∼4촌혈족5∼8촌인척4촌이내
삼성0.440.790.010.020.0837.80 2.3241.45
LG0.830.622.031.010.2434.58 3.4042.71
현대자동차2.850.230.030.000.0148.95 0.4452.50
SK0.730.000.290.030.0050.00 0.9752.02
한진2.920.436.380.000.2423.7410.1843.89
롯데0.392.340.240.000.0048.43 0.1151.51
한화1.830.320.000.020.0037.74 1.1541.05
현대중공업5.000.000.580.000.0041.14 7.9654.68
금호아시아나0.500.312.430.000.0047.63 3.2154.09
두산0.320.953.060.000.6252.67 9.0966.71
반올림 때문에 각 지분을 합친 수치와 총계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 (자료:공정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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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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