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앞당겨 집행하는 등 일단 ‘재정의 확장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정한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경제에 있어 정부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재정경제부는 이날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일자리 창출이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재경부 이승우(李昇雨) 경제정책국장은 “매년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노동인력의 숫자를 감안하면 적어도 매년 4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국민들이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일자리 창출에 집착하는 것은 ‘일자리 증가→소득 증가→소비 증가→투자 증가’의 연결고리에서 일자리가 핵심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1%에 그치면서 일자리는 전년도에 비해 3만 개나 줄었다. 올해는 숫자상으로 4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졌지만 상당수가 비정규직인 데다 20, 30대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내년에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소한 5%대의 성장을 해야 4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벤처기업과 서비스업의 창업을 유도하기로 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5% 달성’ 가능한가=정부는 공공분야에 연기금 등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종합투자계획이 계획대로 시행되고 기타 경기활성화방안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5% 달성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하고 상당수 민간연구기관들이 3%대의 성장률을 전망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5% 성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KDI는 4조 내지 5조 원 규모의 종합투자계획을 감안한 뒤 4% 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경제상황을 봐가며 추가로 내놓을 ‘카드’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5%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성장률 ‘1%포인트’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힌 정책들이 과연 얼마나 기여할지가 불분명한 데다가 아직도 민간소비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5%대 성장률 목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민간의 역할을 강화해야”=전문가들은 경제가 장기적으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민간의 활력이 살아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나성린(羅城麟) 교수는 “5% 성장목표 계획은 정부가 재정정책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가부채를 늘리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현재 시점에서 재정확대는 맞는 방향이지만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5년 경제운용 방향 주요 내용 (자료:재정경제부) | |
정책과제 | 주요 내용 |
재정조기집행 및공공부문 투자확대 | -상반기 중 재정집행률을 59%까지 확대 -일자리 창출 관련 사업을 상반기 중 80% 이상 시행 -12개 주요 공기업 투자를 24조6000억 원 정도 추진 |
종합투자계획 | -공공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 및 기존 민간투자사업 조기추진 -상반기 중 세부사업 확정하고 하반기부터 사업 착수 |
건설경기 위축방지 | -임대주택 10만 호 건설 및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추진 -강북 재개발 및 신도시 개발사업을 통해 52만 호 주택건설 |
중소 벤처기업 활성화 | -공공기관 연구개발(R&D) 예산의 5% 이상을 혁신형 중소기업 지원 -1조 원 규모의 중소기업투자 조합 조성 |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 -총리 주재 ‘서비스산업 관계 장관회의’ 신설 -서비스업에 불리한 차별적 제도 개선방안 마련 |
규제개혁 가속화 | -부처별 규제개혁 노력 및 실적 평가해 공개 -상반기 중 ‘토지이용규제 기본법’ 제정 |
사회 안전망 강화 | -최저 생계비를 평균 8.9% 인상하고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확대 -저소득층 11세 이하 아동에 대한 의료급여 신규적용 |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재원조달 확정안돼… 재정악화-국민부담 늘수도▼
경제운용계획이 내년도 한국경제의 ‘목표’라면 종합투자계획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종합투자계획의 기본 방향은 정부가 투자계획의 밑그림을 제공하되 민간은 건설 및 운영을 담당하라는 것. 사업비는 민간 금융회사와 연기금 등으로부터 조달하고 정부는 이들에게 ‘국채금리+α’의 수익률을 보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기금 활용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재정부담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하면 종합투자계획이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를 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어떤 내용 담겼나=정부는 도서관 건축 등 민간투자가 가능한 사업의 아이디어를 모아 이날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아이디어는 기획예산처의 타당성 분석을 거쳐 조정될 예정이어서 구체적인 사업은 내년 2월경에나 제시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BTL(Build-Transfer-Lease)’ 모델을 제시했다. ▽효과는 미지수=정부는 종합투자계획이 △청년실업자에게 일자리를 △금융자금과 연기금에 ‘매력적이고 안전한’ 투자처를 △국민에게 생활편의시설을 각각 제공하므로 모두에게 ‘상생(윈윈) 효과’가 나타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재원 중 하나인 연기금 동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데다 관련법도 통과되지 않아 재원조달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또 종합투자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재정악화와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순천향대 경제금융학부 김용하(金龍夏) 교수는 “종합투자계획 같은 단기부양책은 성장잠재력 확충에 도움을 못 주고 또 하나의 가수요(假需要)를 만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국가 전체의 장기 전략을 우선 마련하고 이에 따른 실천방안을 내놓아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 부처가 제안한 민간투자 대상사업(자료:재정경제부) | |
부처 | 주요사업 |
교육인적자원부 | 초중등학교 노후 교사 증·개축, 체육관 신·증축 국립대 기숙사 시설 확충 부산대병원 건축 등 8개 사업 |
환경부 | 하수관거 신설 및 노후 관거 교체 노후 수도관 정비 등 4개 사업 |
보건복지부 | 노인의료시설 재가노인복지시설 확충 노인복지회관 확충 등 3개 사업 |
문화관광부 | 문화·예술시설 건축(도서관 박물관 문예회관) |
국방부 | 군 주거시설, 내무반 증·개축 |
노동부 | 기능대학 시설확충 등 4개 사업 |
경찰청 | 경찰서 개축 등 5개 사업 |
여성부 | 보육정보센터 등 3개 사업 |
재정경제부 등 8개 부처 | 국유지를 활용한 공공청사 건설 |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BTL이란:
민간자본이 시설을 짓고 소유권을 정부에 넘긴 뒤 운영권을 확보해 리스를 통한 임대료 수익을 얻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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