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2%의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있지만 기업의 관심은 냉담하다. 최근 노동부 보고에 따르면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08%로, 법정 2%에 훨씬 못 미친다. 장애인고용 회피 현상은 대기업으로 갈수록 더 심하다는 사실이다. 상위 30대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평균 0.79%밖에 되지 않아 모범을 보여야 할 대기업들이 오히려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30대 기업 고용률 0.79%▼
근로자 1000명 규모의 기업이 있다고 가정할 때 규정대로라면 20명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데도 단 7, 8명만 고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법정 고용률에 미달한 기업들이 낸 부담금 총액은 지난해 1184억 원이었고 올해는 1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노동부는 추정하고 있다. 부담금 총액은 2001년 717억 원, 2002년 888억 원, 2003년 1039억 원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 부담금은 장애인고용촉진기금으로 편입돼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초과한 기업이나 의무 사업장이 아닌데도 장애인을 고용하는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장애인 고용 장려금으로 쓰인다. 적지 않은 규모의 장려금이 ‘경증 장애인 모시기’를 통해 장려금을 노리는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은 의무고용 대신 부담금을 내고 중소기업은 장려금을 챙기기 위해 경증 장애인을 고용하는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장애인 취업의 문이 좁아짐은 물론 중증장애인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기만 할 것이다.
장애인 고용 문제를 경험하지 않은 나라는 없지만 선진국들이 보여 준 다양하고 적극적인 정책들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증진하면서도 기업의 고충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개발·활용되고 있는 일본의 특례자회사 모형은 주목할 만하다. 200개 이상의 대기업이 장애인을 중심으로 고용한 일련의 작업장이나 소규모 시설을 자회사로 하여 장애인 고용에 따르는 쌍방간 애로를 해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장애 친화적인 독립된 자회사에 장애인을 고용함으로써 대기업이 갖는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과 고용의 의무를 동시에 해결하는 또 하나의 방책인 것이다. 이런 새로운 시도 등을 통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적어도 장애인 고용의 평균 수준인 1%를 밑도는 부끄러움은 면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 중심 자회사도 대안▼
장애는 극복의 대상만이 아니라 인류사회 성숙의 지표다. 첨단과학을 통한 세계의 제패만으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우리 주변의 장애를 끌어안고 가는 동반 사회가 되지 않고서는 선진사회가 되기 어렵다. 바다 밑 오물 정도를 보면 그 지역의 환경 수준을 알 수 있듯이 중심에서 밀려난 장애인들의 애환의 크기는 그 나라의 복지 수준을 보여 주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익섭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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