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주특기를 키워야=맞벌이를 하는 한일현(韓日鉉·30·굿모닝신한증권 근무) 윤선희(尹善熙·31·여·인천국제공항공사 근무) 씨 부부는 지난해 초 약속을 하나 했다. 장차 세계적인 금융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을 기르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한 것.
그러나 학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을 알고 묘안을 짜냈다. 남편인 한 씨가 먼저 대학원 과정을 마친 후 부인인 윤 씨가 나중에 대학원에 들어가는 ‘교대 전략’을 쓰기로 한 것.
현재 연세대 경영대학원(야간)에 다니고 있는 한 씨는 “장기적으로 아내와 함께 외국 유학을 가는 것이 꿈”이라며 “급격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실력을 쌓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한 씨 부부의 케이스를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환경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실력만 있으면 늙어서까지 ‘자기 일’을 갖고 윤택하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박만순(朴萬淳) 본부장은 “개인의 가장 유력한 수입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벌어들이는 월급”이라며 “자신의 능력을 키워 더욱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사업 다각화, 가정은 수입원 다각화=직장인 양모 씨(35·대전 동구 용전동)는 두 달 전 호프집을 운영하면서 ‘투잡(Two Job)족’이 됐다. 학교 후배가 운영하던 호프집을 1년간 대신 맡아주기로 한 것.
양 씨는 오후 7시 회사에서 퇴근하면 곧바로 회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호프집으로 이동해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일한다. 앞으로 자신이 창업할 사업에 대비해 관련 서적도 보고 있다.
양 씨는 “경기가 어려운데다 아이 2명이 크면서 생활비 부담도 늘어나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했다”며 “하루 5시간 정도밖에 못 자지만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양씨는 기존의 월급 300여만 원에 추가로 15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다.
양 씨처럼 가계의 ‘수입원 다각화’를 위해 두 가지 직업을 갖는 직장인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 취업사이트인 커리어다음(www.careerdaum.com)이 지난해 말 직장인 1339명을 대상으로 ‘투잡’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동시에 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커리어다음 김지현(金知賢) 마케팅팀장은 “투잡족이 늘어난 것은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여유 시간이 늘어난 데다 고용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라며 “자아 성취를 위해 직업을 하나 더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투자해야 하는 이유=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라이프 워크와 평생 근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직장에서는 ‘사오정(45세 정년)’이 일반화되고 있다. 2002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7세(남자 73.4세, 여자 80.4세)로 30여 년 전인 1973년(63.1세)에 비해 14세가량 늘어났다.
저금리 현상에 따라 퇴직금을 은행에 넣고 이자를 받아 노년을 보내던 시대도 지나갔다. 할 일이 없는 노년의 고독은 경제적 빈곤 이상으로 큰 고통이다.
‘일 없이 오래 사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 돈과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禹在龍) 사장은 “외국인들도 30대에는 여가 시간과 상당한 수입을 자기 경쟁력을 키우는 데 사용한다”며 “목표와 방법만 정확하게 설정하면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하면 할수록 보상이 크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또 “50대에 프리랜서 전문가로서 일과 은퇴 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노후에 즐길 취미생활도 젊어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전직 금융CEO 3인 “라이프 워크 이렇게 즐긴다”▼
강창희(姜敞熙·58)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과 윤병철(尹炳哲·68) 한국FP(파이낸스 플래너)협회장, 이창식(李昌植·60) 한국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 이사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몇 해 전까지 내로라하는 금융회사의 ‘잘나가는’ 최고경영자(CEO)였다.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라이프 워크’를 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CEO로 일할 때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강 소장은 2002년 굿모닝투신운용 사장에서 물러난 뒤 평생 숙원이던 투자자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투신사 사장을 하는 동안 투자자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왜곡된 금융시장도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한국에 올바른 투자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데 평생을 바칠 생각입니다.”
강 소장은 금융회사와 기업체 임직원, 교사, 직장인, 주부, 대학생 등을 상대로 금융 및 투자자 교육을 하고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난해에만 188회 강연을 했다. 경영대학원의 제자를 포함해 그의 강의를 들은 수강생은 수천 명에 달한다.
윤 회장은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끝으로 금융회사 경영에서 물러난 뒤 지금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하나은행 회장이던 2000년 FP협회를 창립해 미국의 파이낸셜 플래너 제도를 한국에 들여왔다.
윤 회장은 “지식과 도덕성을 갖추고 고객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줄 수 있는 금융 전문가를 양성해 사회에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993년 ‘한국메세나협의회’를 만든 창립 멤버로 부회장과 회장을 지냈다. 지금도 고문을 맡아 기업의 문화사업을 지원하는 활동하고 있다.
이 이사 역시 사회봉사 활동을 라이프 워크로 삼아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는 동부그룹 전무로 일하던 1993년 한국해비타트 설립에 참여했다.
지난해 8월 푸르덴셜투자증권 부회장을 끝으로 은퇴한 뒤 이 단체의 전업 이사이자 실행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이사는 “과거나 지금이나 그저 일을 거들고 있을 뿐”이라며 “작은 봉사를 위해 시작한 일을 은퇴 후에도 도울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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