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銀 인수협상 막전막후]경쟁자 HSBC 환율탓에 주춤 틈타 막판 역전

  • 입력 2005년 1월 10일 18시 03분


지난해 2월 미국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이후 영국계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의 제일은행 인수전이 시작됐다.

SCB는 한미은행의 2대 주주(지분 9.8%)라는 유리한 위치에서 1대 주주인 미국계 칼라일펀드와 협상했지만 씨티그룹에 고배를 마셨다. 이후 SCB는 제일은행에 눈길을 돌리게 된 것.

HSBC도 1998년 제일은행 인수를 시도했다가 뉴브리지캐피탈에 밀린 데 이어 한미은행마저 씨티그룹에 내주자 제일은행 인수에 적극 나서게 됐다.

HSBC와 SCB는 한국 소매금융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공언해온 만큼 제일은행에 눈독을 들인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HSBC와 SCB는 칼라일펀드와 뉴브리지캐피탈이 각각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을 인수해 큰 수익을 내는 것을 보고 인수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HSBC는 2003년에도 뉴브리지캐피탈과 제일은행 인수협상을 벌인 적이 있으며 이번 협상에서도 SCB보다 적극적인 자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브리지캐피탈과 HSBC의 협상은 지난해 11월 중순 급진전됐다. HSBC의 고위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제일은행이 지난해 11월 22일 “뉴브리지캐피탈이 ‘잠재적 매수자들’과 사전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SCB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뒤늦게 속도를 낸 SCB는 막판에 HSBC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써냈다. 뉴브리지캐피탈은 지난해 12월 24일로 예정됐던 인수자 발표를 취소한 뒤 결국 SCB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SCB는 세계 50여 개국에 500여 개 지점을 두고 3만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기관이다. 19세기 후반 국내에 들어왔으나 1910년 일제 강점과 함께 영업을 중지했다가 1968년 다시 지점을 개설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개설한 뒤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서울지점의 총 자산은 5조1772억 원에 불과하지만 제일은행을 인수하면 52조여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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