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코스닥지수가 놀라운 기세로 치솟고 있다. 주가 상승폭은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최대다. 벤처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엿보인다. 최근의 ‘벤처 붐’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이 직접적 계기였다. 과연 벤처업계는 되살아나고 있는 것인가. 일부에선 단순히 거품이 재연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옥석(玉石)이 가려졌다=벤처기업이 주로 포진한 코스닥시장에서 지난해 등록이 취소된 기업은 42개. 벤처기업 붐이 한창이던 2000년에는 단 하나도 없었다. 등록 취소된 기업 가운데 일부는 증권거래소로 옮긴 경우도 있지만 경영 실적 부진이나 부도 때문에 퇴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영남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정책적으로 벤처업계의 양적 성장을 추구하다보니 벤처기업을 가장한 사기단까지 생길 정도였지만 지금은 죽을 기업은 죽고 알짜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전형적인 닷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수익모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이나 NHN 같은 기업은 여전히 잘나간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안 된다=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벤처기업 내부에서 보인다. 한국벤처기업협회 장흥순 회장은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단기간에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던 기업들이 기술과 경영의 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철수연구소는 2001년경 보안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경영컨설팅을 받고 2002년 초 한국IBM 출신의 김철수 부사장을 영입해 사내(社內) 관리를 맡겼다. 회사가 안정된 후 주력사업 분야를 백신프로그램 판매에서 보안컨설팅 쪽으로 돌렸고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원 수석연구원은 “벤처기업의 성공 비결 역시 전통기업과 다를 게 없다”며 “기술보다는 수익성을 위주로 선택과 집중, 철저한 관리, 끊임없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넘어야 할 과제들=벤처 생태계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정부, 벤처기업, 벤처캐피털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엔씨소프트 김용곤 실장은 “리니지 같은 게임에 성인 등급이 붙으면 수입국에선 ‘저질 한국 문화가 수입된다’는 말이 나와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게임 같은 산업은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이를 규제하는 잣대가 여전히 구태의연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벤처업계의 돈줄인 벤처캐피털 업계 역시 정비가 필요하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현재 협회에 창업투자회사로 등록된 100여 개 업체 가운데 벤처에 대한 투자 업무를 제대로 하는 경우는 5분의 1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8개월만에 420선 돌파▼
코스닥 테마주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
13일 코스닥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8.43포인트(2.03%) 오른 423.06으로 마감됐다.
지수가 최근 이틀(거래일 기준)간 4.08포인트 하락한 뒤 크게 반등한 것. 코스닥지수가 42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 7일(436.25) 이후 8개월여 만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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