監事 없어도 문제 없다?…제일-외환銀, 경영권 인수후 없애

  • 입력 2005년 1월 16일 17시 39분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 상근 감사위원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를 준비하기 위해 각 은행에 연락하다 깜짝 놀랐다.

외국계 사모(私募)펀드가 사실상 주인인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이 “우리 은행에는 상근 감사위원이 없다”고 대답한 것.

금융연구원은 어쩔 수 없이 두 은행을 빼고 행사를 치렀다.

뉴브리지캐피탈은 1999년 제일은행, 또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각각 인수한 직후 열린 주주총회에서 상근 감사위원을 없앴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제일은행은 2년 전 미등기 상근 감사위원 ‘대행’으로 삼일회계법인 출신 강시진(姜時珍) 씨를 영입했다.

외환은행은 지금까지 상근 감사위원 없이 감사위원회와 감사부만 두고 있다.

은행이 상근 감사위원을 두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상법과 은행법은 ‘은행이 정관에 따라 감사에 갈음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어디에도 ‘등기 상근 감사위원을 둬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1위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출범시킨 한국씨티은행을 비롯한 나머지 시중은행은 독립적 지위에서 은행장을 비롯한 이사들을 견제하는 상근 감사위원을 두고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주인인 제일은행과 외환은행만 엇박자를 내는 데 대해 은행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상근 감사위원은 “한 마디로 투기성 외국자본이 은행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리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상근 감사위원이 없는 은행의 한 직원은 “금감원 검사 때 ‘바람막이’를 해줄 사람이 없어 일이 몇 배나 힘들다”며 “한 번은 금융감독 당국이 감사 부실의 책임을 물어 징계 결정을 내렸지만 누가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 우왕좌왕했던 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일은행 강 감사위원 대행은 “등기가 안 돼 이사회에서 투표권이 없다는 것을 빼고는 집행임원 견제 등 기존의 감사 역할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금감원의 감시를 늘 받고 있는데 대주주의 전횡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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