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17일 조정권고…국책사업 점검

  • 입력 2005년 1월 16일 18시 09분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해변. 높이 36m의 거대한 방조제가 해안 쪽으로 뻗어있다. 이 방조제는 국내 최대 국책사업으로 꼽히는 새만금간척사업을 위해 쌓아올린 것.

길이는 부안부터 물길을 따라 전북 군산시 비응도까지 33km에 이른다. 현재 2.7km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물막이 공사는 모두 끝난 상태다.

방조제 공사에 사용된 토사량은 경부고속도로 4개 차로에 돌과 모래를 7m 높이로 쌓아 올릴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소송으로 사업이 두 차례 중단돼 공사기간이 7년 이상 지연되면서 사업비가 당초 8200억 원에서 2조514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계획대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이 없다=2003년 6월 이후 물막이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새만금 사업은 17일 중대 고비를 맞는다.

환경운동연합 등이 갯벌 보호를 이유로 제기한 새만금 사업 취소 소송에 대해 이날 서울행정법원이 조정권고안을 내리기 때문이다.

법원이 사업을 계속하라고 조정하더라도 환경단체는 항소할 계획이어서 지루한 법정 공방은 앞으로 3∼4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총사업비 2조514억 원의 85%에 이르는 1조7483억 원이 투입되고도 여전히 사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새만금 사업뿐만이 아니다. 원전수거물관리센터(원전센터)와 양성자 가속기 사업 등 굵직굵직한 대형 국책사업들이 아직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1984년부터 추진해온 원전센터는 경북 영덕, 충남 안면도, 경북 울진, 인천 굴업도, 전북 부안 등을 후보지로 검토했지만 여전히 진척이 없다. 현재 각 원전에 있는 중저준위 폐기물 임시저장고는 사실상 포화상태에 육박해 부지 선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원전센터 유치지역에 지어주기로 한 양성자 가속기 사업도 갈 길이 멀지만 첫 발도 떼지 못했다. 양성자 가속기는 기능성 신소재나 반도체 제조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첨단 장치.

올해 상반기까지는 부지가 확정되고 설계에 들어가야 하지만 사업 착수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사업=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일부 대규모 SOC 사업은 수요예측을 잘못해 해마다 적자가 눈 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지방 공항이 대표적인 사례. 지난해만도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김해와 제주공항을 뺀 나머지 공항은 고속철 개통과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101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일본 용사마(배용준) 팬들을 실어 나르기 위한 ‘겨울연가 전세기’가 올해부터 운항되고 있는 양양국제공항도 2002년 개항 당시 연간 탑승객이 당초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실제 탑승객은 35만 명에 그쳐 연간 18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예천공항은 적자에 허덕이다 지난해 5월에 폐쇄됐다.

기존 공항마저 수지가 안 맞아 문을 닫는 상황이지만 현재 경북 울진, 전남 무안, 전북 김제 등에서는 또 다른 공항을 짓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제외한 전국 9개 월드컵경기장은 지방자치단체 재정난을 가중하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사업 유치 부진과 건설비용 이자 상환 등으로 매년 수십억 원을 앉아서 까먹고 있는 것.

이 밖에 민자 유치 SOC사업인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사업 역시 수요예측이 잘못돼 2003년 한 해 동안 각각 1050억 원과 494억 원의 국고(國庫) 지원을 받았다.

▽국책사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전문가들은 장기간에 걸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은 철저한 타당성 검토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김헌동(金憲東) 국책사업감시단장은 “비용 대비 편익 분석, 수요예측 분석은 사업 실행을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임에도 이를 무시하거나 짜 맞추기 식으로 진행해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대 경제무역학부 옥동석(玉東錫) 교수는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려는 성향이 강한 행정부는 의견을 수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한번 결정된 사업이 흔들리지 않고 추진되려면 국회의 공론 형성 기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파슨스 김종훈(金鍾勳) 대표는 “선진국들은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SOC 사업을 할 때는 민간 방식을 과감히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정부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은 과감히 아웃소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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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부안=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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