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대박? 글쎄요…“기업수명 짧아져 경쟁력 지속 의문”

  • 입력 2005년 1월 17일 17시 55분


레인콤 재무 담당자가 회사 탐방에 나선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레인콤 조윤학 IR팀장, 양동기 부사장, SK증권 안홍익 주임, 동양증권 정우철 과장. 원대연 기자
레인콤 재무 담당자가 회사 탐방에 나선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레인콤 조윤학 IR팀장, 양동기 부사장, SK증권 안홍익 주임, 동양증권 정우철 과장. 원대연 기자
“제품 가격이 최고점에 온 것 아닙니까.”(애널리스트)

“아닙니다. 2008년까진 수익성이 높을 겁니다.”(기업 재무 담당자)

코스닥종합지수가 급등한 17일 오전. 동양증권 정우철(鄭宇哲) 과장과 SK증권 안홍익(安弘益) 주임은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인 레인콤을 방문했다. 두 애널리스트는 레인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양동기(楊東起) 부사장과 조윤학(趙倫鶴) IR팀장에게 1시간 30분 동안 질문 공세를 폈다.

벤처 열풍이 5년 만에 다시 불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코스닥 벤처기업 탐방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벤처 경쟁력 이어질까=“최근 중국에 가보니 6만 원대의 싸구려 MP3플레이어가 범람하더군요.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는 것 아닌가요.”

가격에 대한 정 과장의 질문은 탐방 내내 이어졌다. 현재 수익성은 좋지만 이 추세가 장기간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

양 부사장은 “수요가 충분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응수했다.

이어 안 주임이 지난해 실적과 2005년 실적 전망에 대해 묻자 레인콤 조 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좋진 않아요. 지난해 실적을 감안한 올해 예상 실적은….”

이때 양 부사장이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며 조 팀장의 말을 끊었다. 실적 관련 정보를 특정인에게 먼저 제공할 경우 공정공시 위반이 되기 때문.

정 과장은 “임대료가 얼마냐, 건물 4개 층을 쓰면 고정비가 너무 많이 드는 것 아니냐”며 비용 부문을 물고 늘어졌다.

조 팀장은 “그렇게 자세한 건 모른다”며 “정확한 숫자를 나중에 뽑아 주겠다”고 답했다.

▽“신화는 없다”=애널리스트들은 벤처기업에서 ‘신화’나 ‘대박’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 과장은 “독점적 기술력으로 진입장벽을 구축하기 힘들어지면서 벤처기업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벤처 열풍의 주역이던 인터넷과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대부분 3년 내 사업을 접었다. 유사업체가 범람하면서 경쟁력이 약해진 탓. 안 주임은 “최근 주가가 동반 상승한 기업도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과 줄기세포 관련 기업의 사업 모델이 참신하긴 하지만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

기업도 이 지적에 공감했다. 양 부사장은 “산업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만큼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꾸준히 하겠다”고 말했다.

▽탐방 보고서로 옥석 가리기=애널리스트의 탐방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미래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안 주임은 “최근 코스닥 기업 탐방 횟수를 늘렸다”며 “유행처럼 번지는 테마주의 실제 실적이 어떨지를 분석하는 게 탐방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탐방 보고서는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대우증권 전병서(全炳瑞) 상무는 “발로 뛴 보고서에 고급 정보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