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尹增鉉·사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외국자본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5년 동안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가 가장 장기투자를 했다”며 “국내 개인투자자의 단기 투자는 외국인의 10배나 된다”며 외국자본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윤 위원장이 외국자본을 변호하고 나선 것은 최근 번지고 있는 반외국자본 정서가 정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계 뉴브리지캐피탈이 제일은행을 팔아 1조1500억 원을 벌고 세금을 내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외국자본이 주는 국가경제 이익은 침묵하는 국민 다수에게 돌아가고 불이익을 받은 기업과 노조 등 소수의 집단은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 조작 의혹을 받은 영국계 허미스와 관련해 “외국인을 조사하는 데 기술상 어려움이 있고 금융실명제법 등 국내법의 제한도 있다”고 말해 외국 자본과 국내 자본을 똑같이 다루기 힘든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한편 윤 위원장은 올해 금융 감독의 방향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민간 기업의 투자를 견인하는 데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등은 재무와 비재무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 유망 중소기업을 과감하게 지원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가 있더라도 너그럽게 처분하겠습니다.”
그는 또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계감리 대상 기업 선정 방식을 지금의 무작위 표본추출에서 종합심사제로 바꿔 재무제표나 공시에 문제점이 발견된 경우에만 감리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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