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이 제일은행에 투자해 거둔 성적표다.
이에 대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아 ‘땅 짚고 헤엄치며’ 돈을 벌었다, 벌처(vulture·동물 시체를 뜯어먹는 독수리) 펀드다, 금융산업 발전에는 관심 없는 투기자본이다 등 반응이 다양하다.
17일 만난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박병무(朴炳武·44·사진) 사장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요지는 뉴브리지의 투자 활동을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는 물론 한국 금융시장에도 도움이 되는 ‘윈-윈’으로 봐 달라는 것.
박 사장은 우선 “뉴브리지는 벌처가 아닌 바이아웃(buy out) 펀드”라고 강조했다.
부실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상당기간 공을 들여 되파는 펀드로 이 과정에서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해 금융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것.
예컨대 30년 이상의 모기지론(장기 주택담보대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하는 새 상품을 선보였으며 철저한 위험관리로 해마다 고른 수익을 낸 것도 은행업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 사장은 “뉴브리지가 많은 차익을 남겼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제일은행의 기업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며 “모든 외국인투자자를 국부(國富) 유출의 주범으로 매도하는 정서법이 팽배하면 외국인 투자 유치는 곧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아웃 펀드의) 투자 수익을 시샘하는 정서가 계속된다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사모펀드(PEF)들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토종 PEF의 성공을 위한 두 가지 조건으로 탁월한 투자 판단능력을 갖춘 인재와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꼽았다.
24회 사법시험에 최연소 합격했던 박 사장은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업무를 주로 담당했으며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2004년 4월 CJ인터넷에 합병) 사장을 거쳐 2003년 5월부터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사장을 맡고 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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