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간]“德山에 비길만한 경제관료 아직도 없어”

  • 입력 2005년 1월 18일 18시 07분


덕산 이한빈(德山 李漢彬) 전 부총리의 1주기(21일)를 앞두고 추모 문집 ‘나라가 먼저지 언제나 그렇지’(나남출판)가 18일 출간됐다. ‘덕산 추모사업회’는 이 책을 펴낸 데 이어 출판기념회 겸 추모모임을 21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101-102호에서 갖는다.

이 전 부총리는 경제 관료와 외교관, 학자, 교육자로 폭넓은 경륜과 다재다능함, 그리고 넉넉한 인격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았다. 1926년 함남 함주에서 출생한 그는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나 첫 한국인 경영학 석사(MBA)가 됐다. 6·25전쟁 중에 귀국한 그는 관료의 길을 걷다가 제2공화국 때 35세의 나이에 재무차관에 발탁됐다. 5·16군사정변이 발생한 뒤에는 국내 정책에서 배제된 채 스위스 대사와 오스트리아 대사 등으로 외교일선을 누볐다.

또한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아주대 학장으로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했으며 미래학회를 창설하기도 했다. 그는 10·26사태 이후 과도내각의 경제부총리로 발탁됐다가 다시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물러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이번 추모 문집에는 그의 화려한 경력과 폭넓은 교유관계를 자랑하듯 94명의 필자가 쓴 111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정재석 전 부총리는 덕산이 재무부 예산국장으로 있을 때 그 밑에서 업무를 배우며 자신의 사표로 삼았다며 “그 후로 제제다사(濟濟多士)의 경제관료들이 나왔으나 아직껏 그에 비견할 만한 후배가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동아일보 객원 대기자)는 스위스 대사 시절의 그를 처음 만난 뒤 미래학회를 같이 창설하며 교유를 쌓았다며 고인에 대해 “사고와 행동, 서재(書齋)와 시무(時務), 향내(向內)와 향외(向外)가 변증법적으로 통합된 종합명제였다”고 회고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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