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판매 서울 강동상용지점의 박은화(朴恩花·45·사진) 차장은 ‘트럭 파는 여자’다. 그가 파는 트럭은 남자들도 기피하는 8t 이상 대형 상용차다.
박 차장이 지난해 트럭을 팔아 번 수입은 1억3900만 원. 이 회사 이동호(李東虎) 사장의 연봉과 비슷하다. 또 지난해 대우자판의 연봉 1억 원 이상 영업직 10명 가운데 홍일점일 뿐 아니라 3년 연속 1억 원을 넘긴 유일한 직원이다.
영업 노하우가 뭐냐는 질문이 많지만 그럴 때마다 박 차장은 난감하다. 1500명 정도의 고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차량 계약에서부터 인도, 애프터서비스를 착실하게 하는 게 전부라는 대답뿐이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빼고는 없어요. 그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게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비결 같아요.”
비록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가 지키는 ‘기본’은 보통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강도 영업 전략이다. 그가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는 평균 300km. 서울 서초구 양재동 트럭터미널은 물론 부산이나 강원도까지 가서 고객들을 직접 만난다.
출장을 가지 않는 날에는 영업소에서 하루 종일 전화를 한다. 10년 전에 만난 고객들에게까지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안부를 묻다보면 하루가 훌쩍 간단다.
그가 처음부터 ‘판매의 달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1남 1녀를 둔 가정주부가 트럭을 팔겠다고 했을 때 대우자판 내 각 지점은 다들 그를 안 받겠다고 했다. 트럭 판매 시장은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말을 끝내는’ 거친 남자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모 운송회사 회장과 식사를 하다 박 차장이 술잔을 거부해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다. 운송회사 회장은 대우자판에 전화해 “술 한 잔도 못하는 영업사원을 어떻게 내보냈느냐”며 따졌던 것.
하지만 그 회장은 3년 뒤 박 차장이 여전히 영업직에 있는 것을 보고 트럭을 4대나 구입해줬다.
“처음에 회사에서 승용차 영업직을 권했지만 거부했어요. 승용차를 팔면 지인(知人)들에게 의존할 것 같아서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제 선택이 옳았습니다. 기본을 잘 지키고 최선을 다하면 여자라고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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