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조사연구소가 내놓은 ‘2005년 신년사와 화두’라는 보고서로 최근 취임한 박홍수(朴弘綬) 농림부 장관의 취임사와 일본 시마무라 요시노부(島村宣伸) 농림수산상의 신년사가 실려 있습니다.
박 장관은 한국 농촌 및 농업을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쌀과 관련된 산적한 과제들 때문에 농민이 큰 충격에 휩싸여 있는 데다 많은 농가들이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어 “10년간의 농업·농촌종합대책과 119조 원의 투융자계획이 농업계가 갖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시마무라 농림수산상은 “세계무역기구(WTO)나 경제협력협정(EPA) 교섭에 대응해 ‘수비적’ 자세에서 ‘공격적’ 자세로 대전환하자”고 촉구했습니다.
고품질 농산물을 수출하고 신기술을 개발해 농촌에 보급하며 화석연료 대신 생물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산업을 육성하는 등 공격적 자세로 시장개방에 대응하자는 것이죠.
한국과 일본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쌀에 대해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았습니다. 일본은 관세화 유예를 도중에 포기하고 시장개방의 길을 선택했고 한국은 최근 10년까지의 유예기간을 가득 채우고 추가로 10년 연장하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의 농업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양국 장관의 대응 자세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습니다.
개방을 일찍 선택한 일본이 ‘공격적 자세로 대전환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개방을 늦추려고 했던 한국에서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규에 가까운 호소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쌀 협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라는 더 큰 통상 파고(波高)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DDA 협상에서는 농업뿐 아니라 의료 법률 교육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분야에도 적잖은 개방 압력이 있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습니다.
DDA 협상 결과가 본격 발효될 무렵 후대는 어떤 평가를 내릴까요. 한국이 세계 통상무대에서 ‘공격형 플레이어’가 돼 있길 바랍니다.
차지완 경제부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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