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한국브랜드로 만든 휠라코리아 윤윤수 회장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08분


최근 휠라코리아를 ‘한국 회사’로 만든 윤윤수 회장. 그는 “외국자본이 한국기업을 사들이는 요즘 흐름과 반대로 한국인이 외국기업을 사는 거니까 국민들에게 희망스러운 이야깃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휠라코리아를 ‘한국 회사’로 만든 윤윤수 회장. 그는 “외국자본이 한국기업을 사들이는 요즘 흐름과 반대로 한국인이 외국기업을 사는 거니까 국민들에게 희망스러운 이야깃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윤윤수(尹潤洙·60) 휠라코리아 회장은 그를 아는 적잖은 샐러리맨들에게는 ‘신화(神話)’와 같은 존재다. 그는 10여년에 걸친 직장생활 끝에 무역회사를 차렸고 그 8년 뒤에는 세계 4대 스포츠 브랜드인 휠라 한국지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휠라코리아 사장 취임 첫해인 1991년 연봉 5억 원으로 시작해 2000년에는 24억 원으로 늘었다. 경기불황으로 매출과 순이익이 줄었던 작년에도 연봉은 10억 원이 넘었다. ‘평생 10억 원 모으기’가 평범한 샐러리맨들의 꿈인 요즘, 그는 매년 꿈을 이루고 사는 셈이다.》

그런 그가 나이 육십에 또 다른 신화에 도전했다. 사재(私財) 68억 원을 투입해 휠라코리아를 인수한 것. 휠라 본사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이제 휠라코리아는 100% 한국 회사다. 이처럼 지사의 경영자가 본사로부터 회사를 사들이는 방식은 일본에서는 ‘엘레쎄’ ‘르꼬끄스포르티브’ 등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휠라코리아는 윤 회장을 비롯해 내부 경영진 6명이 지분 참여를 하고, 사모펀드, 주식공모, 신한·외환은행 등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통해 총 7000만 달러의 현금으로 회사를 독립시켰다. 휠라코리아 인수 비용은 1억2700만 달러인데 나머지는 미리 지불했던 로열티 대금 등으로 차감했다.

경기도 나쁜데 너무 무모한 투자가 아닐까?

“아는 사람들이 다 말렸어요. 68억 원이면 여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써야 돈이 붙는지 보이는데 투자를 안 하겠어요?”

그는 그만큼 휠라코리아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넘친다. 직원들도 대부분 퇴직금을 쏟아 부어 우리사주를 사들였다. 280여 명의 임직원이 휠라코리아에 ‘다걸기(올인)’한 것.

휠라코리아는 ‘휠라’ 브랜드를 계속 쓰게 된다. 로열티는 지사 시절의 6.5%보다 훨씬 낮은 3.5%. 로열티를 무는 대신 디자인, 마케팅, 제품개발에 관한 각종 정보를 본사로부터 받는다.

윤 회장은 “로열티도 싸지고 본사에 보내야 할 마케팅 비용 등도 줄고 번 돈을 한국에 재투자할 수 있으니 이제 휠라는 ‘이탈리아 브랜드’이면서도 제대로 된 한국기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불경기에도 휠라코리아는 2400억 원대의 매출과 50억∼60억 원대의 순이익을 올렸다. 나이키에 이어 스포츠의류 시장 2위. 올해는 적어도 지난해 수준의 성과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데다 줄어드는 로열티 비용(150억 원 추정)을 합하면 독립 첫해에 200억 원대의 순이익은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윤 회장은 “휠라는 앞으로도 기술이나 기능보다는 감성과 패션에 중점을 둔 스포츠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며 “요즘 유행하는 아웃도어도 접목시키겠다”고 밝혔다.

휠라코리아 인수를 위해 본사와의 왕래가 많아 최근 “(비행기 타느라) 하늘에만 있었다”는 윤 회장은 “이제 땅에서 경영을 하게 되니 살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첫돌을 맞은 손자 이야기에 표정이 따뜻해졌지만 인터뷰 중에도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윤 회장에게는 여전히 ‘할아버지’보다는 ‘경영자’ 타이틀이 어울려 보였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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