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나이 육십에 또 다른 신화에 도전했다. 사재(私財) 68억 원을 투입해 휠라코리아를 인수한 것. 휠라 본사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이제 휠라코리아는 100% 한국 회사다. 이처럼 지사의 경영자가 본사로부터 회사를 사들이는 방식은 일본에서는 ‘엘레쎄’ ‘르꼬끄스포르티브’ 등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휠라코리아는 윤 회장을 비롯해 내부 경영진 6명이 지분 참여를 하고, 사모펀드, 주식공모, 신한·외환은행 등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통해 총 7000만 달러의 현금으로 회사를 독립시켰다. 휠라코리아 인수 비용은 1억2700만 달러인데 나머지는 미리 지불했던 로열티 대금 등으로 차감했다.
경기도 나쁜데 너무 무모한 투자가 아닐까?
“아는 사람들이 다 말렸어요. 68억 원이면 여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써야 돈이 붙는지 보이는데 투자를 안 하겠어요?”
그는 그만큼 휠라코리아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넘친다. 직원들도 대부분 퇴직금을 쏟아 부어 우리사주를 사들였다. 280여 명의 임직원이 휠라코리아에 ‘다걸기(올인)’한 것.
휠라코리아는 ‘휠라’ 브랜드를 계속 쓰게 된다. 로열티는 지사 시절의 6.5%보다 훨씬 낮은 3.5%. 로열티를 무는 대신 디자인, 마케팅, 제품개발에 관한 각종 정보를 본사로부터 받는다.
윤 회장은 “로열티도 싸지고 본사에 보내야 할 마케팅 비용 등도 줄고 번 돈을 한국에 재투자할 수 있으니 이제 휠라는 ‘이탈리아 브랜드’이면서도 제대로 된 한국기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불경기에도 휠라코리아는 2400억 원대의 매출과 50억∼60억 원대의 순이익을 올렸다. 나이키에 이어 스포츠의류 시장 2위. 올해는 적어도 지난해 수준의 성과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데다 줄어드는 로열티 비용(150억 원 추정)을 합하면 독립 첫해에 200억 원대의 순이익은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윤 회장은 “휠라는 앞으로도 기술이나 기능보다는 감성과 패션에 중점을 둔 스포츠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며 “요즘 유행하는 아웃도어도 접목시키겠다”고 밝혔다.
휠라코리아 인수를 위해 본사와의 왕래가 많아 최근 “(비행기 타느라) 하늘에만 있었다”는 윤 회장은 “이제 땅에서 경영을 하게 되니 살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첫돌을 맞은 손자 이야기에 표정이 따뜻해졌지만 인터뷰 중에도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윤 회장에게는 여전히 ‘할아버지’보다는 ‘경영자’ 타이틀이 어울려 보였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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