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이은우/서민들은 집 갖고 싶어하는데…

  • 입력 2005년 1월 30일 17시 24분


본보 1월 27일자 A1면과 A3면에 ‘임대 안하는 임대 주택’ 기사를 단독 보도한 후 독자에게서 많은 전화와 e메일을 받았습니다.

기사 내용은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이 임대아파트를 원래 취지대로 임대하지 않고 사실상 일반 분양한다는 것입니다.

한국토지공사 등 공기업은 임대 용지를 원가(原價)보다 싸게 공급합니다. 결국 정부 지원을 받은 임대아파트가 사실상 분양돼 임대 취지에도 어긋나고 재정 낭비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간 후 한 독자는 전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철거민인데 공기업으로부터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받게 됐다. 혹시 우리도 편법으로 분양받을 수는 없느냐? 편법을 쓰더라도 집을 ‘소유’하는 게 입주 예정자들의 바람이다.”

임대보증금으로 사실상 분양가를 받는 편법 분양은 민간업체가 합니다. 반면 주택공사 등 공기업은 비교적 소액의 보증금과 매달 월세를 받으며 장기 임대합니다.

공기업의 임대 방식이 임대아파트 본연의 취지에 맞는 셈이죠. 그런데 서민을 위하는 임대방식이 오히려 싫다는 일부 사람들은 왜 그럴까요.

한국인의 주택 소유욕구가 강한 데다 집의 재산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인 듯합니다. 위치나 평형에 따라 월세를 내는 방식을 원하는 수요자도 많겠지만 한국인의 주택 소유욕이 남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국민의 정서와 인식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2012년까지 국민임대 100만 가구, 공공임대 50만 가구를 짓겠다는 정책은 의욕만 앞섰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대 확산은 의미가 있는 정책입니다. 다만 수요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엄청난 건설 목표를 정해 놓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 같습니다. 시장원리에 맞춰 점진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게 바람직합니다.

한 주택전문가는 “도대체 ‘100만’가구, ‘50만’ 가구 등의 수치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과거 김대중 정부가 50만이었으니 이제는 100만인가…”라고 하더군요.

이은우 경제부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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