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학교나 학력에 따른 선입견 없이 실력 위주로 선발한다는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사람 뽑는 일을 오로지 시험 성적에 의해서만 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응시원서의 학력란을 폐지한다고 해서 만연한 학벌주의가 사라질 것인지 의문이다. 모든 서식에서 본적란을 없앴지만 지역주의는 여전하지 않은가. 문제의 본질이 그런 형식적 요건에 있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인식 전환과 함께 성실한 사람을 선발할 수 있는 공정한 인사제도다.
국가시험의 목적은 공공을 위해 봉사할 인재를 등용하는 데 있다.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바로 능력 있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공직자로서 더 중요한 것은 품성이나 성격, 대인관계, 도덕성과 같은 덕목이다. 이런 요소들은 그 사람을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고 교육 과정을 통해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 사람을 직접 가르친 출신 학교 교사나 교수 또는 사회지도급 인사들의 추천을 중요한 전형 자료로 채택해야 한다. 사람을 추천하는 일은 자신의 인격을 걸고 하는 일이다. 최근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인재를 채용할 때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중요한 자료로 요구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무원 등의 전형에서 학과 시험과 함께 추천을 의무화하고 어느 정도의 수습기간을 통해 최종 선발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한 사람의 인성과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그래서 학식과 수완보다는 인간적 품성과 창의적 능력을 갖고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내야 한다.
전홍섭 서울 잠실여고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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