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KDI원장 “윤리적 잣대로만 기업평가 말아야”

  • 입력 2005년 2월 2일 17시 55분


“한국 사회에서는 이윤 추구가 본질인 기업을 윤리적 잣대로만 평가하려 듭니다. 경제에 대한 무지(無知)가 초래한 결과지요.”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중수(金仲秀·사진) 원장은 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에 대한 몰이해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의 과잉을 낳는다”며 경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얼마 전 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화.

“한 젊은 교사가 세미나가 끝나갈 무렵 ‘그래도 기업은 사회적 환원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을 하더군요.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개인의 욕망은 부정하지 않으면서 기업에 대해서만은 이타적 행위를 강요하는 전형적인 이중 잣대입니다.”

김 원장은 “교사가 기업에 대한 시각이 이렇다면 학생들의 기업관, 경제마인드도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 사회의 경제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나 거리감은 미국 등 선진국과 매우 대조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

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현실에 기반한 경제 교육을 받아 경제학이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실용 과목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 이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경제학은 매우 인기 있는 강의 중 하나다.

반면 한국의 고교 교과 과정에서 선택 과목인 경제는 점수 따기가 어려운 기피 대상이다.

김 원장은 “미국에서는 효과적인 경제 교수법을 위해 주(州) 정부가 기업과 교사의 주기적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면서 “현실적인 경제 교육을 받은 학생이 일찌감치 돈에 대한 관념을 키워 사회에 진출해도 자연스럽게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원장은 “한국의 대학 경쟁력이 저급한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교육계에 경쟁과 시장의 원리가 도입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학도 ‘시장의 논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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