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내수판매 ‘밀어내기 거품’…실적 최고 15%이상 부풀려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08분


3일 서울 근교의 한 야외주차장에 ‘밀어내기’ 차량으로 추정되는 번호판 없는 자동차 200여 대가 야적돼 있다. 밀어내기 차량은 관리상의 문제로 인해 자동차대리점들이 번호판을 떼어 놓는다. 신원건 기자
3일 서울 근교의 한 야외주차장에 ‘밀어내기’ 차량으로 추정되는 번호판 없는 자동차 200여 대가 야적돼 있다. 밀어내기 차량은 관리상의 문제로 인해 자동차대리점들이 번호판을 떼어 놓는다. 신원건 기자
최근 발표된 1월 자동차 내수 판매 실적이 자동차회사들의 ‘선(先)출고(밀어내기)’로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자동차회사는 각 판매조직에 지나치게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져 대리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3일 자동차 판매업계에 따르면 1일 발표된 지난달 자동차 내수 판매 실적이 회사별로 많게는 15%가량 과대포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A자동차사 대리점 관계자는 “1월 말 본사에서 강제로 밀어내기 물량을 10% 가량 떠안겨 인근 주차장에 차량을 야적해 놓고 있다”며 “본사가 직영하는 대리점은 이보다 많은 밀어내기 물량을 갖고 있어 전체로는 15% 이상 판매대수가 부풀려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B자동차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밀어내기 압력이 덜했지만 올해 1월 차량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자 지사의 물량 배정 요구가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밀어내기는 자동차회사들이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각 대리점에 미(未)계약 차량을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밀어내기 물량을 떠안은 대리점들은 재고를 처분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뿐 아니라 주차료 등을 포함한 관리비와 취득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본보 취재 결과 서울 근교의 모 주차장에는 A사와 B사의 자동차 200여 대가 번호판이 없는 채로 야적돼 있어 밀어내기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자동차회사들의 월평균 차량 재고는 7만9101대였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조업 단축이나 큰 폭의 판매 회복이 없었는데도 재고량이 6만2536대로 떨어져 무리한 밀어내기의 결과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자동차회사인 A사 대리점협의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1월 판매 실적이 나온 직후 본사의 밀어내기에 항의하는 글이 빗발쳤다.

‘서울 소장’이란 ID의 누리꾼(네티즌)은 “1월 말에 전국적으로 자행된 밀어내기로 각 지점과 대리점 주차장, 출고센터에 보관한 그 수많은 임자 없는 차는 어찌하라고 이리도 현실을 왜곡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한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밀어내기를 했다기보다는 판매 성과금을 노린 대리점들이 선출고를 요청한 사례가 많다”며 “회사 측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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