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중대형 분양가격은 평당 1500만 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판교 분양이 주변 집값까지 끌어올린다는 예상은 근거가 없다.”(서종대 건설교통부 주택국장)
성남시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의 영향을 놓고 정부와 부동산업계, 건설업계 등에서 엇갈린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동향만 놓고 보면 ‘판교 효과’가 작지 않다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분당 집값 술렁=현재 분당의 전용면적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 시세는 평당 1300만∼1700만 원.
부동산 중개업계는 판교의 중대형 분양 가격이 평당 2000만 원에 육박할 경우 분당 시세가 곧 판교 시세를 쫓아갈 것으로 본다. 또 판교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500만 원 아래에서 결정되더라도 입주 후 시세가 평당 2000만 원대가 된다면 주변 아파트 값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현상이 분당에서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중개업계는 보고 있다.
분당에서는 설 연휴 기간에도 1, 2일 정도만 쉬고 영업을 하는 중개업소가 많았다.
일부 중개업소는 “계약금 3000만∼4000만 원만 있으면 판교 인근 40, 50평형대 아파트를 평당 1000만 원 선에 계약해 몇 개월 후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며 부추기기도 했다.
분당 이매동 아름건영 38평형은 최근 보름 새 4억7000만 원에서 4억9000만 원으로 2000만 원 올랐다. 야탑동 경남 42평형은 같은 기간 3000만 원가량 오른 4억5000만∼5억1000만 원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용인 신봉지구 등에서도 중대형 새 아파트가 보름 새 최고 3000만 원 올랐다.
용인 홈공인중개사무소 강영우 실장은 “2월 들어 판교 영향 때문인지 매물이 소진되고 있다”며 “설 연휴 기간에도 전화로 일을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 씨(37)는 “이번 설 연휴 모인 가족들 사이에 가장 큰 화제는 판교였다”며 “인근에 저평가된 집을 사볼까 한다”고 말했다.
▽판교 거품론 고개=판교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다는 ‘거품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은 판교가 강남 대체지역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고 주택건설업체도 평당 2000만 원에 분양가를 책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판교는 부유층 주거지가 아니라 중산층 및 서민용 신도시라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강남이나 분당에 비해 판교에는 임대아파트가 많다는 점이 꼽힌다.
판교에 들어설 임대아파트는 1만661가구로 판교신도시 전체의 35.9%에 이른다. 이는 분당의 임대아파트 비율 15.9%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판교 임대아파트 가운데 59%인 6333가구는 국민임대아파트로 건립된다. 이들은 분양전환이 불가능해 사실상 영구임대 아파트로 볼 수 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판교는 임대아파트가 많아 강남 수준으로 집값이 오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대형 평형이 전체의 23.6%로 비교적 적은 것도 고급 주거지로서 한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도엽 건교부 차관보는 “판교신도시 가장자리에 산이 많아 판교 주거지의 실제 용적률은 분당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판교의 용적률이 낮아 인근 지역에 비해 매우 쾌적할 것이란 분석은 다소 착시(錯視) 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대응책 효과 불투명=정부가 판교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구체적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아파트 분양가 급등을 막으려면 우선 택지 값 급등을 막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전용면적 25.7평 초과 아파트용 택지는 ‘채권입찰’ 방식으로 공급된다. 채권입찰금액을 높게 쓰는 업체가 땅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업계의 과잉 경쟁으로 채권입찰가격이 치솟으면 그만큼 업체가 높은 값에 땅을 사는 셈이고 이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은 채권입찰금액에 상한을 두거나 택지 분양 때 입찰할 주택건설업체의 자격을 규제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상한선의 입찰 금액을 제시한 업체가 많으면 어느 업체에 공급해야 할지 정하기 어렵다.
워낙 많은 업체가 판교 토지 확보에 나서고 있어 입찰 참여 업체의 자격을 규제해도 경쟁률을 떨어뜨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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