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 다시 요동치나

  • 입력 2005년 2월 11일 16시 54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다시 요동을 펴고 있다.

사업단계가 막바지에 이른 저층 아파트들이 올해 초부터 가격을 끌어올린 데 이어 최근에는 '20년 이상된 일반 우량 아파트'면 사업단계에 상관없이 대체로 호가가 상승하는 분위기다.

건설교통부의 2종 일반주거지역의 아파트 층고(層高) 제한 폐지 검토, 강남구 압구정동 주민들의 60층짜리 초고층아파트 재건축 추진 방안 등이 차례로 일반에 공개된 것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재건축 급등' 전조인가=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동 등지의 8개 단지 주민들이 개발기본계획 변경안을 시에 제출하자 일대 아파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 변경안은 해당 단지를 최고 60층짜리 아파트 23개동 1개단지로 만들고, 도로를 없애고 미니골프장, 인공호수를 만드는 내용을 포함한다.

부동산 114 김규정 리서치팀 과장은 "10, 11일 압구정동 미성, 한양, 현대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10여곳을 조사한 결과 중대형 매물의 경우 호가가 대부분 3000만원 가량 올랐고 실제 2~3건의 매매가 연휴기간 동안 성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신현대공인 황진아 실장은 "매물을 거두어 들이거는 사람이 많아졌고, 3~4일새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건교부가 최근 검토계획을 밝힌 '2종 주거지의 15층 층고(層高)제한 폐지' 방안도 강남구 개포동, 강동구 상일동 등 해당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개포주공 행운공인 오재영 사장은 "개포주공 1단지 13평형의 경우 지난해말 3억8000만원에 거래가 됐으나 건교부 발표 이후 2000만원 정도가 추가로 붙어 최근 5억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미빛 재건축' 일단 비관적= 서울시 관계자는 11일 "기존 일자형(판상형) 아파트를 고층형(탑상형)으로 짓고 나머지 공간을 녹지로 꾸미는 것과,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 비율) 230%에 맞춰 25~30층 정도 높이로 짓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지역은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층수 제한이 없지만 일조권과 올림픽도로의 채광, 주변미관 등을 고려할 때 '60층 아파트'건축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녹지공간에 골프장 등 호화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지역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어 허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는 또 압구정 아파트 지구를 통합 재건축할 경우 이로 인해 없어지는 도로 공원 등을 대체할 아파트 내 공공부지를 시에 더 기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주민 의견조율을 거쳐 4, 5월 경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개발기본계획 변경안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건교부 한창섭 주거환경과장은 "주민들이 이제 겨우 안을 마련한 단계라 건교부에서 이렇다할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안전진단 통과, 소형평수 의무비율, 임대아파트 건립 등의 조항을 적용하며 계획대로 진행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또 2종 주거지역의 층고제한 완화에 대해서도 건교부 도시정책과 정완재 과장은 "검토안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층고제한이 풀려도 다른 규제조건들을 고려할 때 사실상 평균 20층 이상 되는 아파트를 짓기는 힘든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압구정 재건축 계획안의 경우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합의를 볼 가능성이 적다"며 "상반기 중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이 에상되기 때문에 여타 강남권 단지들도 추가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종완 RE멤버스 소장은 "압구정 재건축안은 계획자체로 매력이 있어 당분간 강보합세를 띌 것"이라며 "다만 개포동 상일동 등의 재건축 단지들도 이미 너무 많이 올라 추가 매수세력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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