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공종식/소비성향 - 뇌신경의 함수관계

  • 입력 2005년 2월 13일 17시 42분


“왜 사람들은 다음 달 날아오는 카드 대금을 낼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소득 이상으로 신용카드를 마구 써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일까?”

기존의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쉽게 답하지 못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에서는 이처럼 인간의 ‘마음’과 ‘감정’이 경제적인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신경(神經)경제학 관련 논문들이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신경경제학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신경과학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개인이 경제적인 선택을 하는 순간을 포착해 뇌 사진을 찍으면 우리 뇌에서 두 가지 부분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선 이성적인 계산과 예측을 할 때 주로 역할을 하는 전부 전두엽 부분은 미래가치를 판단할 때 활발하게 활동하는 반면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의 변연계는 ‘지금 당장’의 효용에 대해 강렬한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은 개인에 따라 성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미래’보다는 ‘당장’의 경제적 효용을 훨씬 중요시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다음 주 110달러 수익’보다는 ‘이번 주 100달러 수익’을 더욱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는 경제정책을 세울 때에도 이 같은 인간의 ‘마음’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연금처럼 국가가 강제하는 저축,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일정 기간 안에 마음이 바뀌면 반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등이 바로 인간의 ‘나약한 감정’을 고려한 정책적 배려이겠지요.

연금을 법으로 의무화하지 않으면 일부 개인들은 당장 소비하고픈 유혹에 빠져 미래를 대비한 저축을 하지 않아 나중에 사회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저축보다는 소비성향이 지나치게 강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람에 대해 “소비습관을 고쳐야 한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뇌신경 회로에 문제가 생겼군요”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종식 경제부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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