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 매력 없다=13일 산업은행이 발간한 ‘기업금융 리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현재 은행권 총 수신은 588조8000억 원으로 작년 12월 말에 비해 5조7000억 원 줄었다. 한국은행 집계로도 1월 중 은행권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은 6조6548억 원이 감소했다.
이처럼 월별 은행권 수신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달 만의 일.
작년 12월에는 은행들이 연 4%대에 이르는 고금리 정기예금을 특별 판매하면서 수신액이 반짝 증가했으나 1월에는 한국씨티은행 외에는 특판이 없어 가계부문이 예금에 대한 메리트를 잃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은경제연구소 김건열 기업금융센터 차장은 “주식시장 활황, 부동산 경기 회복 조짐, 시중금리 불안 등으로 당분간 은행권으로 자금이 유입되기에는 불리한 여건”이라고 분석했다.
▽비은행권에 몰리는 돈=증권사 종금사 등 비은행권에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1월 한 달간 증권사에는 직접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이 1조9000억 원 증가하는 등 2조 원이 들어왔다. 주가가 올라 투자심리가 회복됐기 때문.
또 단기 금융상품을 주로 파는 종금사의 총 수신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기업어음(CP) 등으로 몰리면서 작년 말보다 3조1000억 원 증가한 20조4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투신권에서는 채권형에서 주식형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7일 현재 채권형 펀드의 수탁액은 72조404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4820억 원 감소했다.
이처럼 채권형 펀드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작년 말 연 3.28%였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1일 4.46%까지 치솟는 등 금리 급등(채권가격 급락)으로 채권형 펀드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식형 펀드 설정 잔액은 7일 현재 8조8970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3450억 원 증가했다.
삼성증권 장영규 채권분석팀장은 “올 들어 금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금리 상승세가 조금 주춤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지만 시장 심리가 워낙 불안정해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자금 유입될까=한국은행 박승(朴昇) 총재는 지난달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시중자금이 부동산 등으로 옮아가) 실물자산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시중자금의 부동산시장 유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부동산시장은 최근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와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를 중심으로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 전국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전 주에 비해 0.51% 올랐다.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도 마이너스 행진에서 벗어나 지난달에는 작년 12월에 비해 0.10% 상승했다.
김건열 차장은 “확연한 부동산 경기 회복 조짐이 확인되기까지는 상당히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의 경기회복 속도, 시중금리 변동성,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 등에 의해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의 이동이 빨라질 개연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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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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