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매물 급증-아파트가격 들썩… 돈… 돈… 경매로…

  • 입력 2005년 2월 13일 18시 04분



《“한 줄로 서세요. 한 줄로….” 법원 경매 집행을 담당하던 집행관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집행관의 경매 유의사항에 대한 고지(告知)가 끝나자 입찰표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한꺼번에 집행관 앞으로 몰렸기 때문. 보통 때는 줄을 설 필요도 없었지만 이날은 30분가량 줄을 서서 입찰표를 받아갔다. 설 연휴 직전이라 한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입찰 법정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찰 마감시간인 오전 11시경 600여 명이 몰려 법정 밖 복도까지 북새통을 이뤘다.》

▽경매로 몰리는 사람들=법무법인 ‘산하’ 부동산사업부 강은현(康殷鉉) 실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평소 200여 명에 불과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 감정가 6억2000만 원짜리 서울 강남구 청담동 35평형 아파트는 4억9600만 원에 경매가 시작됐지만 61명이나 응찰하는 바람에 결국 감정가를 넘겨 6억3650만 원에 낙찰됐다.

경매 법정에 있던 사람 중 상당수는 경매를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었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주부도 눈에 띄었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뤄 나온 중년 부인들도 많았다.

주부 김모 씨(45)는 “주변에서 경매 얘기를 하도 많이 해 친구와 함께 한번 나와 본 것”이라며 “학원에서 수강한 뒤 직접 경매에 참여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바람에 경매 절차는 평소보다 1시간이나 늦은 오후 2시 반경에 끝났다.

7일 경기 성남지원 경매에도 사람이 몰렸다. 박민양 씨(42·여)는 “6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법정 문을 열기 전부터 모여들어 법정 안이 출근길 지하철 안 같았다”고 말했다.

부동산경매정보 제공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월 경매 참여 연인원은 올 1월 3만8134명에 달했다. 이는 작년 1월 2만357명과 비교하면 2배에 육박하는 수준. 같은 기간 월 경매매물 건수는 3만185건에서 4만6017건으로 52.4% 늘었다.

▼“로또심리 금물… 권리관계 철저히 따져야”▼

▽‘로또 심리’로 접근은 위험=경매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우선 경매 매물이 크게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 원인이 있다.

아파트 매물은 작년 1월 6772건이었지만 올 1월에는 1만2334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아파트는 비교적 가치 판별이 용이해 처음 경매를 해보려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편.

저금리로 인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데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상승할 움직임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부동산 거래 급감으로 일감이 줄어든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이 경매 컨설팅에 나서고 각 대학 사회교육원들이 잇따라 경매 강좌를 개설하는 것도 경매 참여 인구를 늘리는 요인이다.

강 실장은 “경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고액 자산가는 물론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의 입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태인 이영진(李榮鎭) 부장은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경매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가격 상승은 아직 일부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권리분석은 물론이고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가치분석이 정확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매 입찰을 하려면 반드시 현장을 확인해 드러나지 않은 세입자는 없는지, 감정가와 시세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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