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석하]‘미래산업’ 농업생명공학에 관심을

  • 입력 2005년 2월 14일 17시 54분


코멘트
생명공학 작물이란 우량 형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작물에 삽입하는 농업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작물이다. 예를 들어 특정한 해충에 저항성을 가진 유전자가 삽입된 생명공학 작물은 농민이 농사지을 때 해충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이에 따라 농약 사용량을 줄여 주는 등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농업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상업화를 위한 시도와 노력이 외국에 비해 부족하다. 세계 각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농업생명공학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에 필자는 농업생명공학의 경제 및 환경적 혜택을 짚어보고 한국이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까지 농업생명공학 산업은 미국 주도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성 평가와 환경 위해성 평가를 모두 마치고 상업화 과정을 거쳐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생명공학 작물은 미국의 농업생명공학 기업들이 개발한 종자를 재배해 얻은 작물들이다. 지금까지 이들 기업이 개발한 생명공학 작물은 제초제에 내성을 띠거나 해충에 저항성을 갖는 작물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 소비자에게 보다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2세대, 3세대 작물도 많이 연구되고 있다. 특히 비타민A가 강화된 황금쌀이나 제약 성분의 유전자가 삽입된 작물을 개발해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량형질의 유전자를 작물에 삽입하는 농업생명공학기술의 개발 경쟁이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미국 퍼듀대 연구팀은 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토마토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발표했다. 이 토마토는 심근경색은 물론 유방암과 전립샘암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리코펜’의 함량이 기존 토마토에 비해 세 배 이상 많다. 이런 토마토가 모든 안전성 평가를 마치고 상업화됐을 경우를 상상해 보라. 농업생명공학을 이용한 유전자 조작 작물 기술이 엄청난 시장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의 농업생명공학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금호생명환경과학연구소는 탄저병에 내성이 있는 고추를 육성하기 위해 내병성 유전자를 고추에 형질 전환했으며, 제주 남제주군과 유전자 조작 잔디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잔디는 제초제에 저항성을 갖는 동시에 필요 이상으로 자라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골프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며, 이는 제초제 사용을 감소시켜 비용과 노동력을 절감하고 환경오염을 경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가소득 증대와 대체작목 개발의 일환으로 개발된 유전자 조작 들잔디는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유럽에 특허 출원한 상태며 상업화되면 높은 수익을 가져올 게 분명하다.

농업생명공학은 미래의 경제와 환경을 위해 중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의 농업생명공학 기술은 생명공학 작물의 안전성과 혜택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상당히 지연됐다. 농업생명공학 산업은 인류의 식량난 해결과 고용 창출, 비용 절감, 기술력 수출을 통해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창출하는 미래산업이다. 관련 산업 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와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많은 소비자는 농업생명공학이 우리 미래에 끼치는 이득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충분한 정보를 접하고 있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과학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생명공학 작물 및 농업생명공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 우리나라 농업생명공학 발전의 출발점이 아닐까.

이석하 서울대 교수·농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