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할인점 무풍지대(?)’= 최근까지 강남은 사실상 할인점 무풍지대로 분류됐다. 할인점은 업태 특성상 최소 4000평의 용지를 확보해야 하지만 강남은 땅값이 비싼 데다 구하기도 어려워 최근 몇 년간 신규 진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남권 주민들은 강북의 이마트 성수점(영동대교 북단)과 롯데마트 강변점(테크노마트 지하), 경기 성남시 분당 등으로 생필품 원정 쇼핑에 나서는 등 적잖은 불편을 겪어 왔다.
할인점에 관한 한 ‘강북 역류’ 현상이 벌어진 셈.
월마트 강남점과 작년 9월 재개장한 킴스클럽 등이 서울 서초·반포권 주민의 쇼핑 동선을 일부 붙잡고 있지만 매장 규모가 크지 않아 상권 장악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할인점 업계의 분석이다.
▽‘3사(社) 3색(色)’ 대결=결국 강남 상권 장악을 위한 한판 승부는 양재동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양재동은 서울 개포, 서초동과 경기 과천시 등을 배후지역으로 하는 강남 핵심 상권.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은 작년에 36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6년 연속 단일 매장 매출 1위를 지켜 왔다.
전체 상품 중 농산물 비중이 70%에 이르는 등 농산물과 신선식품에 강점을 갖고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홀세일은 육류 과일 등 수입 식품과 수입 생필품, 와인, 청바지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할인점과 차별화되는 상품 구색 및 ‘대용량 저가격’으로 상당수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7만여 개 품목, 최저가격 보상제 등으로 국내 할인점 업계를 평정한 이마트는 양재점을 강남 상권에 걸맞은 ‘백화점 수준의 할인점’으로 꾸민다는 계획.
▽가격인하 불가피할 듯=농협하나로클럽 심순섭 양재점장은 “이마트는 공산품, 하나로클럽은 농산물 중심으로, 가는 길이 서로 다른 만큼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초대형 할인점 3개가 사실상 ‘다닥다닥’ 붙은 상태로 가격과 서비스 경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가격 인하 파급력이 의외로 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세계 박주성 상무는 “하나로클럽과는 신선식품 부문에서, 코스트코홀세일과는 식음료 부문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며 “일부 품목의 가격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