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가 회복세에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보다 소비가 부분적으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할인점 매출, 신용카드 사용액과 승용차 판매가 늘어나고 6개월 이후의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도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설비투자가 다시 꿈틀거리면서 최근엔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자본재수입과 은행의 기업대출이 증가하고 있고 기업들의 설비투자실행 및 제조업 업황전망 경기실사지수(BSI)가 완만하지만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와 투자의 완만한 회복세가 아직은 일부분에 국한돼 있고 소비자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도 상승세에 있지만 여전히 100 이하에 머물고 있어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기는 어렵다.
▼주가·코스닥 상승 이유는▼
중요한 것은 소비와 투자가 예기치 않게 이렇게 빨리 회복조짐을 보이는 요인이다. 그 직접적인 요인은 지난해 말 이후 각각 10%와 30% 이상씩 오른 주가와 코스닥지수의 가파른 상승에 있다. 주가와 코스닥지수가 상승하면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자산효과로 인해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주가와 코스닥지수는 기업들의 경영실적 향상이라는 실적의 뒷받침 없이 왜 갑자기 오른 것일까. 이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유도에 따른 증시 부양의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고 코스닥 및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이 코스닥지수의 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 전환 조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사와 연두기자회견에서 정쟁(政爭)과 갈등을 지양하고 경제활성화와 경제선진화에 매진할 의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또한 실용주의적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에 따른 기업분식회계의 한시적 사면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완화를 통한 기업환경의 개선을 추진했다. 이러한 국정운영 방향의 전환은 오랫동안 경제전문가들이 참여정부에 요구해 왔던 것으로 기업의 투자심리와 있는 자들의 소비심리 회복에 기여한 바 큰 것이다. 이러한 내수회복 기대가 주가를 상승시키고 이것이 다시 소비를 자극하는 선순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내수회복 조짐이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주가와 코스닥지수 상승이 단기적으로 소비를 증가시키겠지만 지속적인 소비 증가를 위해선 주가와 코스닥지수 상승이 지금처럼 정부의 부양책과 유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격적인 기업투자와 기업경영실적 향상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엔 여전히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환경, 수도권 규제와 같은 규제가 강하고 정부의 국정운영방향 전환에 대한 확신이 깊지 않다. 코스닥 시장의 본격적인 활성화에도 수익성과 경쟁력을 겸비한 벤처기업이 많지 않고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을 포함한 테마주들의 전망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가 과열되고 거품이 꺼지게 될 경우 금융시장이 붕괴되면서 심각한 경제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정방향 신뢰 얻어야▼
결론적으로 작금의 내수회복 조짐은 정부 주도적이고 아직은 일부분에 국한돼 있어 일반 서민과 중소기업, 그리고 지방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희망적인 조짐이 지속돼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참여정부의 국정운영방향 전환이 단기적인 인기 만회나 정략적인 발상에 의한 것이 아니고 진실한 것임을 시장이 믿을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정부 주도의 부양책으로 주식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려 하지 말고 기업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나성린 객원 논설위원·한양대 교수·경제학 hwali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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