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업계와 중개업계는 정부의 ‘2·17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대해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주택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판교신도시의 분양가 상승을 막고 서울 강남권 초고층 재건축에 제동을 걺으로써 일시적으로는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판교 분양이 연말로 연기돼 올해 수도권 분양시장이 심한 침체에 빠질 수 있고, 청약 기회가 4회에서 1회로 줄어든 실수요자와 건설업체의 반발도 우려된다.
▽판교발(發) 집값 상승 꺾일 듯=정부는 전용면적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 용지 분양 시 채권입찰제와 분양가 사전심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택지응찰자격을 ‘최근 3년간 300가구 이상 주택을 분양 및 건설한 업체’로 제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를 인근 단지와 비슷한 수준인 평당 1500만 원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판교신도시 아파트 값이 평당 2000만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면서 최근 1∼2주 사이에 값이 5000만∼6000만 원씩 급등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과 야탑동 등 판교 인접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값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단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재건축아파트 단지에 소형 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임시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시행하고 △주거지역의 층고제한 완화 대상을 새로 지어질 임대아파트에만 허용하며 △구청장에게 위임된 안전진단 허용권한을 서울시에 회수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강남권 아파트들이 잇달아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주거 환경 개선과 집값 상승을 기대한 투기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
이번 조치로 재건축 사업 추진 속도에 관계없이 최근 가격이 뛰었던 강남구 서초구 등지의 아파트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작용도 많다=정부가 판교신도시 아파트 2만1000가구를 11월에 동시 분양키로 함에 따라 올해 11월 이전까지 수도권 분양 시장의 극심한 침체가 우려된다.
판교신도시는 그동안 수도권 분양시장의 ‘블랙홀’로 불려 왔다. 수요자들이 판교아파트 분양만 기다리며 다른 지역의 분양을 외면해 왔기 때문.
그런데 이번 조치로 수도권 수요자들이 올해 11월까지 판교를 기다릴 가능성이 있다.
또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올해 11월 이후 ‘35세 이상 무주택 우선 순위자’와 ‘40세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자’ 요건을 갖추게 될 주택청약가입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판교신도시의 품질 저하도 우려된다. 대형 건설업체 K사의 관계자는 “채권입찰로 인해 토지가격은 비싸졌는데도 정부가 분양가를 제한하게 되면 아파트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성남=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판교 과열’… 분양 5개월 미뤄▼
![]()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개발로 부동산 투기 우려가 확산되자 국세청 부동산투기대책반 직원들이 17일 판교 일대 중개업소를 돌며 청약통장 불법거래 조사에 나섰다. 성남=권주훈 기자 |
정부는 판교신도시에 짓기로 한 아파트 2만1000가구(공공임대 4000가구 포함) 전체를 올해 11월에 동시분양하기로 했다.
또 경기 양주시 옥정과 남양주시 별내, 고양시 삼송 등 3개 택지개발지구를 판교신도시 수준의 신도시로 개발해 판교에 몰린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판교 주변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집값 상승 움직임은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로또식 청약제도’가 중소형 아파트(전용면적 25.7평 이하)에서 중대형 아파트(25.7평 초과)까지 확대된 데다 동시분양으로 인해 표면상 당첨 확률이 높아져 올해 말에 부동산시장이 또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판교 분양이 늦춰짐으로써 이를 기다리는 수요자들의 청약 기피로 수도권 분양시장이 더욱 심한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17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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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판교신도시 아파트를 올해 6월부터 내년 하반기까지 4차례에 걸쳐 5000가구씩 분양하는 ‘순차 분양방식’에서 올해 11월에 한꺼번에 분양하는 ‘일괄 분양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전용면적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용지를 분양할 때 채권입찰제와 분양가 사전심사제를 동시에 실시해 건설업체들의 택지 고가 입찰을 막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 안정을 위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초고층 재건축 사업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 주택거래신고지역 주택투기지역 등과 같은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를 당분간 중단하고, 다음달까지 서울 강남구 등 6개 주택거래신고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한편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주택정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부동산 투기 조짐이 나타나는 즉시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40세이상 무주택자 당첨확률 높아져▼
정부가 판교 신도시 아파트 2만1000가구를 11월에 동시분양하기로 함에 따라 판교 청약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일단 이번 조치로 청약 경쟁률이 당초 예상보다는 낮아진다. 그러나 4번에 걸쳐 분양하려던 것을 한 번에 하므로 그만큼 청약 기회는 줄어든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내 집을 마련하거나 평수를 늘려 가려는 실수요자는 보다 신중한 결정을 해야 분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 경쟁률 떨어질 듯=분양 물량이 당초 5000가구에서 2만1000가구로 늘어나면 청약경쟁률은 당초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청약 횟수가 당초의 4분의 1로 줄기 때문에 분양 기회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우선 청약 권리를 갖고 있는 ‘성남시 거주 40세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자’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청약할 경우 경쟁률은 60 대 1로 당초(190 대 1)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 청약 자격자는 △최우선 순위자가 139 대 1 △무주택우선자는 277 대 1 △1순위자는 1109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형 아파트 유리할 듯=판교신도시 중대형아파트는 분양가가 평당 1500만 원 수준으로 제한될 경우 시세 차익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경쟁률도 소형아파트보다는 낮다. 서울 등 수도권 1순위자들이 모두 청약할 경우 경쟁률은 192 대 1로, 25.7평 이하 아파트에 비해서 당첨확률이 5.7배나 높다.
또 당첨 뒤 5년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25.7평 이하와 달리 중대형 아파트는 입주 후 전매 제한 조항이 없다.
▽실수요자는 기반시설 고려해야=판교아파트 입주 시기는 2007∼2008년으로 당초 계획보다 최고 3년 이상 앞당겨질 전망. 하지만 기반시설은 그렇지 못하다.
당초 판교 정착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영덕(용인시 기흥읍)∼양재’ 도로는 착공이 계속 연기돼 2009년은 되어야 개통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정자(분당)∼판교∼강남을 17분 만에 주파할 것이라는 지하철 신분당선도 2011년 이후에나 개통이 가능하다.
부동산컨설팅사 RE멤버스 고종완(高鐘完) 소장은 “워낙 아파트가 빠른 시일 내에 공급되기 때문에 학교 백화점 등의 시설까지 다 갖춰지려면 입주 후 최소 3, 4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분양시점부터 5, 6년간은 시세가 기대만큼 형성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청약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교지역 평형별 예상 청약경쟁률 | |||||
구분 | 경기 성남시 거주자 | 경기 성남시 제외 수도권 거주자 | |||
공급물량(가구 수·전체의 30%) | 청약경쟁률 | 공급물량(가구 수·70%) | 청약경쟁률 | ||
계 | 6,300 | 36대1 | 14,700 | 157대1 | |
임대주택 | 전용 18평 이하 | 1,050 | 21대1 | 2,450 | 129대1 |
전용 18평 초과∼25.7평 이하 | 150 | 147대1 | 350 | 905대1 | |
소형(전용 25.7평 이하) 분양주택 | 40세/10년무주택(40%) | 1,146 | 60대1 | 2,674 | 139대1 |
35세/5년무주택(35%) | 1,003 | 98대1 | 2,340 | 277대1 | |
1순위(25%) | 716 | 224대1 | 1,671 | 1109대1 | |
중대형(전용 25.7평 초과) 분양주택 | 2,235 | 56대1 | 5,215 | 192대1 | |
경쟁률은 청약통장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청약했을 때를 가정한 것임.(자료:건설교통부) |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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