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상으로는 조금 늘었는지 모르겠지만 찾아오는 고객들의 소비심리가 좋아졌다고는 느끼기 힘들다.”(롯데백화점 입점업체 판매직원)
내수가 소리 없이 찾아오는 새벽처럼 살아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언제 동이 틀지 모르는 한밤중일까.
내수 경기 지표 역할을 하는 신사복 판매 현장에서도 경기 진단에 대해서는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매출 통계로는 신사복 판매 늘었다=설 연휴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본보가 1월 1일부터 2월 13일까지의 주요 백화점 신사복 매출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롯데나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4대 백화점 매출은 모두 1.8∼10% 범위에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03년이나 2004년에는 초특가 행사를 한 일부 백화점에서만 매출이 늘고 나머지 백화점에서는 줄었던 것에 비하면 의미 있는 매출 증가로 해석된다.
백화점 중 신사복을 가장 많이 파는 롯데백화점에서는 7.2%가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박상영 신사복 바이어는 “작년에는 백화점에서 이례적으로 3만 원짜리 신사복 기획전을 여는 등 갖가지 노력을 다해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별다른 행사 없이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신사복 제조업체인 제일모직과 LG패션의 매출액도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5∼26%대까지 늘었다.
제일모직 신사복상품기획담당 최훈 과장은 “연초 판매 증가율이 좋아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봄 신상품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통계상으로는 신사복 매출이 조금 늘었지만 매장에서는 아직 ‘봄기운’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다.
내수가 회복되면 신사복 매장을 찾는 고객 중 두 벌 이상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지금은 한 가지도 제대로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
또 경기가 좋아지면 신사복을 살 때 현금을 주고 구매하는 비중이 많은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전했다.
레노마 신사복을 판매하는 안재수 점장은 “아직 선뜻 구매에 나서는 고객은 많지 않은 편”이라며 “2월은 달이 짧은 데다 설 연휴도 포함돼 있어 판매직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 지수는 더 낮다”고 말했다.
▼불황땐 정장류 안사 경기판단 지표 활용▼
유통업계에서는 내수 경기가 좋아질 것인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신사복 매출을 주로 살핀다. 의류 중 정장류는 필수 구매 상품이 아닌 데다 남성들은 특히 유행을 크게 따지지 않기 때문에 경기가 나쁘면 예전 옷을 그냥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식품류는 경기에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꾸준히 팔리는 편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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