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민은행 서울 역삼남 지점으로 발령받은 임영신(林榮信·47·사진) 지점장은 ‘우연’과 ‘의지’의 상호작용을 새삼 느끼고 있다. 임 지점장은 ‘프라이빗뱅킹(PB)’이라는 말도 없던 1990년대 중반부터 활동한 은행권의 재테크 전문가 1세대로 꼽힌다. 지난 3년간 기업영업 위주인 동아미디어 지점에서 근무하다 최근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밀집한 곳으로 옮기면서 전공을 살릴 수 있게 됐다.
임 지점장은 1995년 ‘고객만족실’에서 상담 업무를 하면서 재테크 정보에 목말라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틈틈이 관련 공부를 하던 임 지점장이 재테크 전문가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만든 ‘우연’은 1996년 경북 영천시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였다. 당시 74세인 전직 교사가 한자와 한글을 섞어 깨알 같은 글씨로 4장의 편지를 써 보내온 것.
예금 상황을 표까지 그려가며 설명한 편지에는 자산 현황, 앞으로 예상되는 소요 자금 등과 함께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할지 묻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임 지점장은 △금융회사도 도산할 가능성이 있으니 신용도가 높은 곳과 거래할 것 △신탁상품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으니 저축 상품과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 △금융소득 종합과세 등 세무 문제를 따져볼 것 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상품 설명과 투자 조언을 담아 A4용지 4장 분량의 답장을 보냈다. 그는 아직도 그 편지를 간직하고 있다.
이후 임 지점장은 언론 매체에 재테크 글을 기고하고 대학,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 불려 다니며 재테크 강의를 했다.
“재테크는 ‘돈’에 대한 계획이 아니라 ‘삶’에 대한 계획입니다.” 그는 “돈이 인생을 방해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라이프 사이클과 인생 설계에 맞게 자금을 다룰 수 있도록 고객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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