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지난해 말 공무원 수가 1997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무원 인건비가 크게 늘어났는데도 공공 서비스의 질은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부부문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4일 기획예산처와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행정 입법 사법부 소속 공무원은 93만1872명으로 외환 위기 당시인 1997년 말(93만5759명)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정부가 공무원 3만5160명을 신규 선발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 공무원 수는 96만7032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며 4년(1998∼2001년) 연속 줄어든 공무원 수가 2002년부터 매년 2% 안팎 증가해 다시 1997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 것.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2년 간 공무원 수는 4.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 증가율 1.8%에 비해 2.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당시 인구 1만 명당 공무원 수는 183∼189명 수준이었지만 현 정부 들어 194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말에는 200명 선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경제학자인 공병호(孔柄淏) 박사는 “정책의 초점이 ‘분배’에 맞춰지면서 정부 역할이 커졌고 공무원 수도 덩달아 늘었다”며 “정부가 시장의 기능을 강조하는 ‘작은 정부’를 포기하고 ‘큰 정부’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공공 서비스의 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1∼2004년 5급 이상 공무원 수는 10.2% 증가했지만 6급 이하 공무원 수는 6.9%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상위직 공무원이 많이 늘어난 반면 대민(對民) 서비스 현장에서 일해야 할 하위직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적게 늘어난 것.
공무원 수가 늘면서 공무원 인건비도 늘고 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중앙정부 공무원 인건비가 19조2732억 원으로 2003년 말(18조64억 원)에 비해 7.0% 늘었다. 국민 1명이 중앙정부 공무원 인건비로 매년 41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정부 규제도 많아졌다. 1998년 1만4000여 건이던 규제 건수는 2000년 6900여 건으로 줄었지만 이후 4년 동안 다시 늘어 현재 7900여 건에 이른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성봉(趙成鳳)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예산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규제 분야와 인원을 경쟁적으로 늘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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