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건설협회장인 마형렬(馬亨列) 남양건설 회장과 그에 맞서 도전장을 낸 부산지역 주택건설회사 ‘반도’의 권홍사(權弘司) 회장이 후보로 나선 가운데 협회장 선거가 치러지고 있었다.》
58년에 이르는 협회 역사상 회장을 경선을 통해 선출한 것은 1999년에 이어 두 번째.
게다가 3차 투표로 이어질 정도로 두 후보 간 지지도가 박빙이었다.
최종 개표 결과 도전자였던 권 회장이 7표 차이로 이겼다. 회장 당선이 발표되자 상기된 표정의 권 회장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긴 숨을 내뱉었다.
선거뿐만이 아니라 선거준비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며 가족과 주위의 많은 사람이 출마를 말렸다.
우선 회사가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중견 건설업체라는 게 결격 사유처럼 여겨졌다. 그동안 건설협회장은 대형 건설사 대표들이 관행처럼 맡아왔다. 1975년 부산지역 주택건설전문회사 ‘반도건설’로 출발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78위에 오른 ‘반도’의 대표라는 직함으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 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2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권 회장의 ‘아픈 전력(前歷)’도 악재였다.
하지만 권 회장은 반대를 물리치고 투표권을 갖고 있는 대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대형업체만을 위한 건설협회의 운영방식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다니며 설득한 게 표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권 회장은 자신이 짓는 아파트나 사업장에 큰딸의 이름을 딴 ‘보라’라는 브랜드를 붙인다. 사랑하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파트, 사업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그는 “모든 근심과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어서 운동을 좋아한다”는 만능 스포츠맨. 올해 61세인 그는 스키장 상급자 코스를 고집하고, 말 타고 장애물 넘기를 즐긴다. 골프도 싱글 수준.
권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건설협회 운영방식에 대한 강한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앞으로 협회를 1만3000여개 회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연구하고 서비스하는 기관으로 바꿔나갈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협회에 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습니다.”
또 회장 임기도 3년 단임제로 못 박고 회장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1972년 동아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지역 건설업체에 입사하면서 건설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3년 뒤인 1975년부터 본격적으로 자기 사업에 나서 현재 10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키웠다. 2년 전 일본 도쿄(東京) 인근에 위치한 ‘노스 쇼어 CC’를 인수했으며 작년 말에는 울산 울주군 삼동면에 27홀을 갖춘 국제 규모의 골프장(보라CC)도 건설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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