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자본주의, 장점 많지만 만능 아니다

  • 입력 2005년 3월 8일 17시 46분


《신자유주의 경제학파의 본산인 미국 시카고대에서 국제금융을 전공한 명지대 무역학과 윤창현(尹暢賢·45) 교수. 그는 외환위기 직후 이른바 ‘주주 자본주의’ 도입을 적극 지지했다. 정경유착, 관치경제, 대기업 총수 전횡 등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병을 치유하려면 반드시 주주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주 자본주의는 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기업이나 경제 전체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자유로운 기업 인수합병(M&A), 사외이사 제도, 주주대표 소송, 투명한 회계 등을 중시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약 7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윤 교수의 생각은 조금씩 변해 왔다. 치밀한 전략 없이 생경한 시스템을 한국 경제와 접목하면서 생겨난 부작용이 예상 외로 심각하다는 인식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윤 교수처럼 주주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져온 득과 실을 차분하게 점검해 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때라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이런 인식은 대학이나 경제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경제학자, 경제관료, 심지어 외국계 투자회사에서 일하는 한국계 임원 사이에서도 적지 않다.

이들은 주주 자본주의가 기업과 금융회사의 수익성 위주 경영, 투자자 보호, 투명경영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외국 자본이 한국 경제의 핵심을 장악함으로써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이 커졌다는 점을 우려한다.

미국계 펀드회사인 론스타 코리아 사장을 지낸 우병익(禹柄翊) KDB앤파트너스 사장은 “외부 압력에 의해 자본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지만 전략 부재로 외국 자본이 손쉽게 헐값으로 한국 경제를 장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에 대항할 국내 자본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전략 부재, 한국 경제의 독특한 발전 과정 무시, 국내 자본 역차별 등의 요인이 어우러지면서 코스트(비용)가 너무 커져 주주 자본주의가 만능은 아니라는 것.

신장섭(申璋燮)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난달 25일 ‘중진국 함정 속의 한국 경제’라는 주제의 학회에서 “한국 기업 집단의 장점은 무시한 채 단점만 부각시켜 진행해 온 기업구조 개혁이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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