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들은 공공택지를 살 때 채권입찰에 참여해야 하며 아파트 분양가 일부 항목을 공개해야 한다.
분양가가 높아져 주변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도입된 조치들이다.
이에 따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가는 정부 계획대로 평당 900만 원 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표준건축비 어떻게 결정됐나=분양가는 건축비와 택지비에 건설회사의 이윤을 포함한 추가비용(가산비용)을 합쳐서 산정된다.
정부가 제시한 표준건축비는 △공사 단계별로 투입되는 직접공사비 △일반관리비와 건설회사 이윤 등 간접공사비 △설계·감리비 △분양 홍보비, 토지 취득·등록세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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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는 일반적인 아파트 건축방식인 벽식 구조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147%로 지을 때의 평당 표준건축비를 339만2000원으로 책정했다.
건교부는 “요즘 지어지는 최고급 아파트를 기준으로 책정한 것”이라며 “업체들이 내부 마감재 고급화를 이유로 건축비를 올릴 수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표준건축비는 아파트 건축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직접공사비만 해도 기둥에 건물의 하중이 실리는 라멘조(기둥식) 아파트는 17만2000원, 골조나 기둥을 철골로 짓는 철골조 아파트는 27만2000원이 더 추가된다. 이에 따라 평당 표준건축비는 라멘조가 356만4000원, 철골조는 366만4000원으로 올라간다.
현대건설 이인기 견적1팀 차장은 “현실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면서도 “최근 아파트가 단지 환경이나 건물 외부 고급화에 주력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점은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교 분양가는 얼마인가=표준건축비를 활용하면 올해 11월 분양될 판교신도시 아파트의 분양가도 추정할 수 있다.
벽식 구조 아파트라면 표준건축비 339만2000원에 추가비용을 더해 평당 389만2200원이 된다.
땅값은 용적률에 따라 달라진다.
토지가 평당 900만 원에 분양된다고 가정할 때 용적률이 200%라면 땅값은 절반 수준인 450만 원이 적용돼 아파트 분양가는 839만4000원이 된다.
용적률이 170%라면 땅값은 529만4000원이 되고 분양가는 918만8000원으로 오른다. 용적률이 150%로 낮아지면 분양가는 950만 원까지 늘어난다.
만약 라멘조나 철골조를 적용한다면 평당 분양가는 1000만 원을 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라멘조는 빌라나 일반건축물, 철골조는 40층 이상 고층 아파트에 주로 적용되는 점을 감안할 때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가 업체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 표준건축비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결과적으로 분양가가 높아졌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해 공영개발해서 분양가를 낮추라”고 요구했다.
▽집값 안정에 도움 될까=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판교 평당 분양가가 900만 원 안팎에서 묶이면, 판교 아파트 값이 높게 책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변 집값이 오르는 일은 막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낮게 책정된 분양가가 청약 과열을 불러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투자컨설팅회사 ‘부동산퍼스트’의 곽창석 이사는 “판교 분양가가 900만 원대로 책정되면 당분간 인근 분당신도시나 서울 강남지역 집값을 안정시킬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낮은 분양가로 투자가치가 높아진 만큼 청약 과열과 이로 인한 집값 상승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PB사업단 부동산팀장도 “판교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 만큼 입주 시점에 높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며 “이번 조치로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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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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